제이슨 데이가 PGA챔피언십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버디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이슨 데이가 PGA챔피언십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버디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미국 PGA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휘슬링스트레이츠 코스(파72)는 현지 골퍼 사이에서도 ‘값비싼 퍼블릭 골프장’으로 악명이 높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닷컴에 따르면 그린피가 1인당 385달러(약 45만2000원)나 된다. 물론 캐디피 65달러는 별도다.

하지만 세계 골퍼 사이에서 매년 ‘가보고 싶은 퍼블릭 골프장’ 5위 안에 꼽힐 만큼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장타와 정확성에 운까지 겸비해야 낮은 타수를 기록할 수 있어 실력을 인정받으려는 골프 고수들의 ‘도전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벙커 1012개가 입을 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장도 7514야드로 올 시즌 열린 메이저대회 중 가장 길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듯 PGA챔피언십이 대회 종반으로 갈수록 장타자의 득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데이 ‘송곳 장타’로 난코스 요리

휘슬링스트레이츠의 난코스를 가장 성공적으로 제압하고 있는 선수는 제이슨 데이(호주)다. 그는 16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를 기록했다. 6언더파 66타를 쳐 중간합계 15언더파로 2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메이저 무관’인 그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뒀다.

데이는 대회 코스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그는 대표적 장타자다. 시즌 평균 314야드로 PGA 4위에 올라 있지만 필요할 경우 370~390야드까지 선택적으로 샷을 날린다. 평균 306.3야드를 기록한 이번 대회 3라운드 11번홀에선 374야드를 보낸 뒤 웨지로 투온에 성공해 이글을 낚았다.

정확도가 높지 않으면 절벽 벙커나 긴 러프, 코스와 맞닿아 있는 미시간호로 공이 직행하기 일쑤지만 그는 자로 잰 듯 정확한 샷을 날렸다. 아이언 정확성을 따지는 그린 적중률이 77.8%로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공을 가져다 놓는 만큼 ‘정밀 유도탄’을 연상케 하는 샷 기술이다.

통산 4승을 올린 데이는 지금까지 메이저대회에 20회 출전했지만 준우승만 세 번 했을 뿐 아직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2011년 마스터스와 US오픈, 2013년 US오픈에서 그는 손안에 다 들어온 우승컵을 놓쳤다. 그는 “이번만큼은 호주 골프의 위대함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장타’는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3라운드 3위에 오른 저스틴 로즈는 물론 5위 마르틴 카이머, 6위 토니 피나우, 8위 더스틴 존슨 등 상위 10위 가운데 5명이 이번 대회에서 평균 300야드를 넘게 날렸다.

◆스피스 “아메리칸슬램 보인다”

미국 메이저 3연승 노리는 스피스.
미국 메이저 3연승 노리는 스피스.
데이의 메이저 우승길을 막아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조던 스피스(미국)다. 스피스는 이날 버디 7개를 몰아치며 7언더파 65타를 기록해 단독 2위에 올랐다. 2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나 뒤처져 있던 스피스는 무서운 쇼트게임 능력을 과시하며 단숨에 역전 우승을 넘볼 수 있게 됐다. 홀당 평균 퍼팅 수(1.693) 1위인 그는 50~125야드의 어프로치샷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에도 우승하면 그는 미국에서 열리는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아메리칸슬램’을 달성한다. 6언더파 공동 17위로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를 꿰찰 수 있다. 1953년 벤 호건, 2000년 타이거 우즈에 이어 세 번째로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달성한 선수로도 기록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