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지긋지긋한 불운 이제 그만! "
‘연장전 승률 0%.’

‘비운의 골퍼’ 김인경(27·한화·사진)을 거론할 때마다 따라붙는 꼬리표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에서 무명의 신인 오스틴 언스트(미국)에게 연장전 패배를 당하면서 연장전 통산 5전5패를 기록한 게 계기다. 그는 이후 승수를 쌓지 못하는 등 부진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김인경은 당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까.

김인경이 14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CC(파72·6476야드)에서 열리는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5년 만의 투어 우승과 연장패배 설욕에 나선다. 1972년 창설한 포틀랜드클래식은 일반 LPGA 투어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회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에선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그는 언스트와의 연장 첫 홀에서 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패했다. 2012년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크래프트챔피언십에서는 30cm 퍼트가 돌아 나와 다 잡았던 우승컵을 유선영(29·JDX멀티스포츠)에게 내줬다.

이번에 우승하면 기나긴 부진과 악몽의 기억을 깨끗이 씻어낼 가능성이 크다. 2010년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 이후 5년 만에 LPGA 통산 5승째를 올릴 수 있다.

마침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불참하는 만큼 절대강자가 없는 상태다. 박인비는 그의 가족, 애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건너뛰기로 했다. 그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KLPGA 투어인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 출전하느라 갖지 못한 자유시간을 누릴 계획이다.

경계 대상은 최근 새로운 스윙을 완성 중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김효주(20·롯데) 등이다. 김인경은 미국 골프전문 매체를 통해 “실력의 결과일 뿐 징크스는 없다”며 “대회마다 최선을 다해 실력으로 다시 승부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달 마라톤클래식에서 156전 157기로 첫승을 이룬 최운정(25·볼빅)과 LPGA 루키 백규정(20·CJ오쇼핑), 장하나(23·비씨카드) 등도 우승 경쟁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손목 부상으로 마이어클래식과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기했던 이미림(25·NH투자증권)도 이번 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