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학자들 "의회서 '한국은 부자나라…더 부담해야' 목소리"

오는 2018년 새로 체결될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과정에서 양국 사이에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퀘스터(자동 예산삭감)에 따라 국방예산이 크게 줄어든 미국 내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과 재배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미국 플레처스쿨의 '안보리뷰' 선임 편집인인 리언 와이트는 9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2011년 통과된 예산통제법에 따라 심각한 예산감축 상황을 계속 겪는다면 한국을 상대로 더 많은 비용부담을 요구함으로써 방위비 분담 협상이 논쟁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트는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내에서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왜 한국과 같은 부자나라가 동맹에 더 기여를 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진보진영의 정치인들이 '한국은 이미 공정한 지분(fair share)보다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야 하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방위비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고 미국 측에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그러나 일본과 같은 국가는 미군의 주둔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주한미군은 한국 이외의 지역에는 정기적으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주둔지의 미군보다 더 많은 기회비용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트는 "이 같은 논쟁은 한국이 현물을 지급하거나 미국 무기체계에 쓰는 비용의 비율을 계상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자체적인 국방능력을 키우는 것은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 무기체계를 더 사들이거나 투자를 늘릴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방위비 증액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 주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최근 미국 육군 전쟁대학이 펴낸 '주요 동맹과 안보파트너의 국방능력 평가보고서'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양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남아있다"며 "의회는 미국이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제공하는 안보의 수준을 감안해볼 때 한국이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벡톨 교수는 "미국인들은 한국을 이제 번영하는 민주국가로 보면서 주한미군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대로 한국의 진보진영은 미국이 주장하는 40∼45%를 넘어 50% 이상의 비율로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향후 5년간 적용되는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은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했다.

미국은 당초 1조 원 이상을 한국 측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으나 협상과정에서 9천200억 원으로 조정됐다.

연도별 인상률은 전전(前前)년도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적용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한편, 벡톨 교수는 한·미 양국 간의 중요 현안으로 주한미군 기지들을 한강 이남의 평택 등으로 통합 재배치하는 개념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도 거론했다.

벡톨 교수는 "미국은 당초 2012년까지 통합을 완료하는 시한을 제시했으나 규모가 워낙 커서 시한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며 "서울 북쪽의 많은 부대는 아직 재배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LPP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가 현재의 재정환경으로 볼 때 걱정으로 남아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앞으로의 국방예산 삭감 추세에 따라 LPP 협정을 개정하거나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부담 문제를 놓고 한국 측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을 낳았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