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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소형 제트기 개발 위해 29년 비밀 연구하며 속앓이…날개 위 엔진 얹는 혁신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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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노 미치마사 혼다에어크래프트 CEO

    도쿄대에서 항공공학 전공
    자동차 만들고 싶어 혼다 들어갔지만
    입사 2년만에 비행기 제작부 발령
    새로운 시장 만들겠단 목표 세워

    달력 뒷장에 혼다제트 디자인
    페라가모 하이힐에서 영감 받아
    공기저항 줄일 비행기 앞모양 개발
    속도10% 빠르고 연비 17% 좋아
    혼다 소형 제트기 개발 위해 29년 비밀 연구하며 속앓이…날개 위 엔진 얹는 혁신 일으켜
    지난 4월23일.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가 만든 소형 여객기 ‘혼다제트(Hondajet)’가 일본 상공을 처음으로 날아올랐을 때 사람들은 1991년 작고한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회장의 집념을 떠올렸다. 자체적으로 비행기를 생산하겠다는 고(故) 혼다 회장의 숙원이 창사 67년 만에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회사 엠블럼을 날개 모양으로 만들 정도로 비행기사업에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혼다제트에는 혼다 회장뿐만 아니라 후지노 미치마사(藤野道格) 혼다에어크래프트 최고경영자(CEO·54)의 집념도 담겨 있다. 혼다에서 31년째 근무하고 있는 후지노 CEO는 29년을 비행기 개발에만 매달렸다. 제트기 제작 프로젝트는 상당 기간 가족조차 알지 못했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도 공개적으로 자랑 한 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후지노 CEO는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혼다제트를 세상에 드러낸 집념을 보여줬다.

    회사의 비밀주의 때문에 그만둘 생각도

    후지노 CEO는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하고 1984년 혼다에 들어왔다. 페라리 같은 자동차를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쳐 비행기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생각도 못했다. 입사면접에서 회사 경영진이 비행기와 관련해 꼬치꼬치 물었지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항공공학을 배웠으니 으레 하는 질문이겠거니 하고 말았다.

    자동차 운전대 등 조향 관련 부서에서 2년을 일했을 때 비행기 제작부문으로 발령이 났다. 당혹스러운 가운데 그제야 입사면접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애당초 후지노 CEO는 비행기 개발을 위해 선택된 인재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부서 이동을 거절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항공전문잡지 파일로맥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면서도 “내가 비행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일생일대의 기회가 되리라는 것은 곧바로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후지노 CEO는 그 길로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라스펫항공연구소로 떠났다. 혼다가 제트기 제작에 나선다는 것은 극비였다. 연구소의 교수들은 커녕 가족도 몰랐다. 그는 CNBC에 “당시 연구소 교수가 연구 목적을 숨기고 들어왔다며 아직도 불평한다”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비밀리에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회사의 방침 탓에 사직서를 내고 싶은 생각도 여러 차례 들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외부에 알리고 싶었지만 회사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수년 전에 개발했던 기술로 경쟁회사가 국제적인 상을 받고 주목을 끄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했다. 후지노 CEO는 “뭔가를 해냈을 때 누구와도 성취감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비행기의 앞부분은 하이힐에서 영감

    후지노 CEO는 1986년 항공기 제작 연구를 시작한 이후 10년간 두 대의 항공기를 개발했다. 1997년 말에는 회사로부터 비즈니스맨 등을 위한 소형 제트기의 시제품 생산 허가를 공식적으로 얻었다. 혼다제트의 시발점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거창한 ‘출정식’은 없었다.

    후지노 CEO가 판매를 위한 비행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일본 소형차 시빅이 대형차 위주의 미국 시장에 충격을 줬던 것처럼 일본만의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의 혼다 R&D 아메리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비행기에 영향을 미치는 기류를 분석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풍동 연구소를 찾아다녔다.

    이렇게 개발된 7인승 혼다제트는 시중에 나와 있는 동급의 비행기보다 속도는 10% 더 빠르고 연비는 17% 더 좋다. 최고시속 778㎞에 항속거리는 1900㎞를 자랑한다. 가격은 450만달러(약 52억원)로 벌써 100대의 주문을 받았다. 소형 제트기 시장에서는 혼다제트 때문에 경쟁사들이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혼다제트의 뛰어난 성능은 1996년 어느 날 밤 후지노 CEO가 달력 뒷장에 그린 비행기 디자인에서 비롯됐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급하게 옮기려다 보니 달력 종이를 이용해야 했다. 달력에 그려진 그림은 엔진이 날개 위에 올라가 있었다. 혼다제트 이전까지 소형 비행기의 엔진은 기체 옆쪽에 붙어 있었다. 비행기의 높이가 낮아 날개 아래는 엔진을 달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날개 위로 올리면 비행기가 빠르게 나는 데 방해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지노 CEO는 날개 위에 엔진을 부착해도 나쁜 기류가 발생하지 않는 최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기체와 엔진이 떨어지게 됐으니 더 넓은 객실 공간이 창출됐고 실내 소음도 감소했다.

    혼다제트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인 앞모습은 하이힐을 본떴다. 후지노 CEO가 하와이 면세점에서 명품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하이힐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매끈하고 날렵한 페라가모 하이힐에서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후지노 CEO는 혼다제트로 미국 항공우주학회의 ‘에어 클래프 디자인상’과 국제항공공학협회의 ‘주코브스키상’을 받았다. 은둔 속에서 비행기를 개발해야 했던 설움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상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된다. 후지노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자주 나서고 있다. 그는 혼다제트에 대해 “경쟁성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압도적 제품을 만들어 감개무량하다”며 “강력한 마케팅 지원 등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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