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이 재채기를 하다 뜻밖의 척추압박골절 부상을 당해 골시멘트 주입 시술을 받은 한 여성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이 재채기를 하다 뜻밖의 척추압박골절 부상을 당해 골시멘트 주입 시술을 받은 한 여성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저는 성공한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찾아가는 의사이고 싶습니다.”

노인성 척추·관절질환 치료에 있어 국내 최고 명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병원장(54)의 말이다.

그는 ‘골시멘트 척추보강술’이라고 불리는 척추성형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의사다. 종전까지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하는 것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던 척추압박골절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 신 원장 명성 덕분인지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연평균 10만명을 넘는다. 이들 중 80%가 60세 이상 노년층이다. 전국에서 매일 300~400여명이 아픈 허리와 다리를 끌고 이 병원을 찾는다.

신 원장은 요즘 토요일마다 한 종편TV에서 농어촌을 찾아가며 생활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전남 구례, 강원 인제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신 원장은 “척추관절질환으로 고생하는 시골 어르신들을 찾아가 재능 기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환자가 찾아올 정도의 이름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명의. 하지만 그는 ‘성공’이라는 수식어만큼은 끝내 사양했다.

여전히 환자에게 좀 더 유용한 치료법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시골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노인성 질환이 갖는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신 원장의 소신과 삶을 오롯이 볼 수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만나 비결과 원동력을 물어봤다.

▷요즘 100세 시대가 삶의 이정표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몸이 안 아프고 건강해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이는 삶의 질 향상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병원은 척추와 관절을 중점적으로 보는 병원이기에 아무래도 중·장년층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자식들에게 의지해 병원을 찾는 노인 분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질환 초기나 예방 차원에서 병원을 찾는 중장년층이 많아진 겁니다. 그만큼 스스로 몸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것인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겠다는 분들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환자를 직접 찾아 나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나오는 방송을 보고 하시는 말씀 같은데요. 척추관절이 아픈 어르신들을 뵈러 다니느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재능 기부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드리고 있지요. 노인성 척추질환을 꾸준히 연구해온 저로서는 경험과 노하우를 기쁜 마음으로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입니다.”

▷척추관절이 아픈 노년층은 복잡질환이 많지요.

“허리면 허리, 무릎이면 무릎, 어디 한군데만 아픈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허리와 무릎, 어깨, 손목 등 여러 부위에서 질환이 함께 나타나지요. 그런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허리가 아파 굽게 되면 체중이 하체로 실려 무릎에 부담이 가고, 무릎이 망가지면 자연스레 팔로 주변을 짚고 일어나게 돼 있습니다. 손목과 팔, 어깨에 무리가 가게 되는 거지요. 척추와 관절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방치하다간 온몸이 망가지기 쉽고 삶의 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비수술적 치료가 대세인데 그 효과는 어떤가요.

“많은 분들이 척추관절에 이상이 있으면 환부에 칼을 대는 수술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시경이나 투시 엑스레이 등을 사용해 절개하지 않고도 환부를 보면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에 시행하는 신경성형술, 풍선신경확장술 등이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이지요. 절개 없이 국소마취로 진행되는 비수술적 치료법은 모두 환자 편의를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하지만 환부가 완전 변형이 된 경우라면 비수술적 치료가 어렵습니다. 결국 수술을 통해 제거하거나 교정해야 합니다.”

▷척추관절 건강을 위한 생활 속 팁이 있다면.

“저는 요즘 시골 어르신들에게 ‘제발 바닥에서 지내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노년층은 아무래도 침대보다 바닥의 이불 생활이 익숙하겠지요. 또 식탁보다는 바닥의 상차림이 편할 거고요. 물론 소파나 의자보다 방바닥 생활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척추와 관절에 아주 좋지 않습니다. 바닥에 앉거나 누울 때, 다시 일어날 때 허리와 관절에는 하중이 가해져 허리디스크나 관절염을 유발하기 딱 좋습니다. 척추관절을 보호하고 싶다면 바닥에 그냥 앉는 좌식 생활은 좋지 않습니다. 되도록 의자나 식탁, 침대를 이용한 입식 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한 거죠.”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