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공간부터 몽당연필까지…문인들 흔적도 작품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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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21일부터 특별전…글쓰기 자료 360점 전시

전시실에 들어서면 소설가의 집필 공간이 눈에 띈다. 단순히 책상과 컴퓨터를 놓아둔 것이 아니라 소설가가 직접 작품을 쓴다.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배상민 씨가 전시 기간에 1주일에 두세 번 이곳을 찾아 여름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쓸 계획이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스크린에서는 문장이 쓰여지고 지워지는 영상이 펼쳐진다. 소설가 김중혁 씨가 소설을 쓰고 고치는 장면을 담은 영상과 김애란 씨가 수차례 고쳐 쓴 소설 파일들은 문장을 예술로 만드는 과정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1900년대 초중반 소설에 등장한 단어를 모은 낱말 카드는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다. 최명희와 황순원 등 작가들이 분신처럼 여긴 만년필, 김훈의 몽당연필도 관람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전시품이다. 문학평론가, 소설가인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소설 연인, 심청을 쓸 때 특이하게 휴대폰을 이용했다.
전시실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서관과 박물관을 혼합한 공간인 라키비움이 있다. ‘문장의 숲’이라고 이름 붙인 이 공간에선 의자에 앉아 진열된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 사랑, 여름 등을 묘사한 문장, 소설 첫 문장들이 곳곳에 적혀 있어 소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전시에 참여한 소설가 윤후명 씨는 “지금은 이미지가 메시지에 선행하는 세상”이라며 “소설이 이야기에서 문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올바른 글 사용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전시에 참여한 소설가, 번역가, 교열가들에게 한글의 특징과 의미를 물은 인터뷰 영상은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