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혁신 갈등, 등돌린 호남…문재인 '사면초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사진)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책임론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 계파 갈등, 탈당설 등으로 당내 갈등이 끊이지 않고, 문 대표를 향한 공세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내 ‘빅3’인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이 자중지란을 일으키면서 당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문 대표는 당 내홍 수습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위원장 인선을 두고 이종걸 원내대표와 마찰을 빚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내 인선을 두고도 두 사람은 힘겨루기를 반복했고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임명한 강기정 정책위원회 의장과 메르스 추가경정 예산 가운데 피해병원 지원 규모를 두고 고성을 주고받는 등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여기에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도 과거 혁신안과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탈당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당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탈당한 데 이어 박주선 의원은 17일 “(문 대표가 내세운) 혁신이 지지부진하고 국민이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신당 창당을 위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탈당, 혁신 갈등, 등돌린 호남…문재인 '사면초가'
박 의원은 ‘당내에 탈당 의사를 표시하는 사람이 20~30명 정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답했다. 또 “혁신위의 가장 큰 과제는 친노무현 계파 청산이고, 문 대표의 사퇴를 공개 안건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그 방향으로 가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을 대신하는 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 사퇴’를 공개 거론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야 대표 업무수행능력 설문 결과(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 대상, 응답률 18%, 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수준 95%)에서 문 대표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18%였고 ‘잘 못하고 있다’는 63%로 3배 이상 많았다. 새정치연합 지지층 가운데 문 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27%에 그쳤고, 부정적 평가는 63%에 달했다. 호남지역에서도 ‘잘 못하고 있다’(61%)가 ‘잘하고 있다’(25%)의 2배를 넘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41%가 ‘잘하고 있다’, 37%가 ‘잘 못하고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문 대표를 부정 평가한 이유로는 ‘당 분열·계파 갈등’(20%) ‘리더십·추진력·결단력 부족’(14%) ‘소신 부족·우유부단’(13%) 등을 지적했다.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문 대표 리더십에 대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호함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 대표에게 과감하게 당을 혁신해줬으면 하는 고언을 드린 적이 있는데 정치 선진화를 위해선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 활동에 대해선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모든 갈등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향한 힘겨루기로 벌어지고 있는 이상 이를 풀기 위해선 문 대표 스스로 공천권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