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꼽히는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의 몸값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공공기관 채용 시 5급(사무관)을 보장받던 변호사는 최근 들어 6~7급(주무관) 대우를 받고 있다. 회계사는 보통 7급 정도로 채용되지만 국세청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 9급 직원으로 가는 경우도 흔하다. 변호사와 회계사가 각각 2만명에 육박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지자체 5급'이던 변호사 몸값 '이젠 6~7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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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변호사와 회계사 등 총 9명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거쳐 10월 초 임용할 예정이다. 채용된 변호사 8명은 행정 및 감사직류 6급, 회계사 1명은 감사직류 7급으로 근무하게 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변호사와 회계사를 전문 임기제 공무원(최대 5년 근무)으로 채용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선 변호사를 5급 사무관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처음 배출된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등록 변호사는 1만9762명에 이른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등록 회계사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만761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희갑 서울시 인사기획팀장은 “변호사는 로스쿨 경력을 인정해 6급 대우를 하기로 했다”며 “회계사는 단순 자격증으로 경력직 공무원과 똑같은 7급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채용된 변호사와 회계사는 다른 경력직 공무원들과 똑같은 연봉을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6명인 변호사와 회계사 인력을 2020년까지 136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뿐 아니라 인천, 부산 등 다른 지자체도 변호사를 일반직 6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앞서 부산시는 올초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법조계의 반발을 의식해 백지화했다. 중앙부처의 변호사 몸값은 더 낮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7급 국가공무원 민간경력 채용 시험에서 일부 분야 응시자 조건을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했다. 지난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모집한 7급 직원 채용(20명 모집)에는 25명이 지원했다.

회계사는 변호사에 비해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국세청의 7급 신규 채용 때 합격자의 절반가량이 회계사 자격 보유자다. 과거 고졸직으로 인식되던 9급 공채 시험에 지원하는 회계사도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국가직 및 지방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변호사와 회계사 자격증을 대우해주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변호사와 회계사를 대거 충원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대리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전까지는 변호사를 최소 과장급 이상 조건으로 채용했지만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늘면서 대우가 달라졌다. 삼성은 변호사를 본사 법무팀뿐 아니라 사업부 기획팀 등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양병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