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합병저지 시도 불발…주총 참석률 83.57%
합병법인 9월1일 출범…삼성그룹 사실상 지주사로 재출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됐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제1호 의안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이날 낮 12시47분께 "1억3천235만5천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이중 총 9천202만3천660주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위임장을 제출하거나 현장 표결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참석률은 83.57%로 집계됐다.

전체 주식 총수(1억5천621만7천764주)에 대비한 합병 찬성률은 58.91%다.

이로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저지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엘리엇은 지난달 삼성물산 지분 매입 공시 이후 지속적으로 합병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삼성물산은 표결에서 특수관계인·계열사(13.92%)와 KCC(5.96%), 국민연금(11.21%)의 찬성표에다 국민연금 외 국내기관(11.05%) 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4.33%의 소액주주 중 일정 부분도 합병안 찬성 쪽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확실한 반대표는 엘리엇(7.12%)과 메이슨캐피탈(2.18%)을 포함한 외국인 및 소액주주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시20분 현재 엘리엇이 주주제안한 현물배당(2호 의안) 안건은 부결됐고 중간배당(3호 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제일모직도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컨퍼런스홀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삼성물산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1일자로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하게 됐다.

법인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그룹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한다.

합병회사는 오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51.2%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 신수종사업 바이오부문에서 2조원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목표로 한다.

합병 반대주주는 주총일로부터 20일내에 회사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1조5천억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5만7천234원인데 지난 16일 종가 기준 주가가 6만9천300원으로 20%가량 높아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법인은 9월4일 기업결합신고와 합병등기를 완결하고 9월15일 합병신주를 상장한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로서 위상을 갖춰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고 그룹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번 합병 성사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아울러 이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에서 16.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각각 5.5%의 지분을 갖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박대한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