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합병 계약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변성현 기자
(왼쪽)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합병 계약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변성현 기자
[ 김민성 기자 ]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최종 가결됐다.

공식 합병안 발표 이후 52일 만이다.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 대주주로 갑자기 등장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피말리는 법정 공방 및 명분 다툼, 여론전, 주총전 등 진통 끝에 최종 승자는 삼성이 됐다.

◆ 예상 웃돈 찬성률 69.53% 합병 성사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열린 삼성물산 합병 처리 임시 주주총회장 내부 모습. 사진= 삼성물산 제공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열린 삼성물산 합병 처리 임시 주주총회장 내부 모습. 사진= 삼성물산 제공
17일 오전 9시33분 개회된 삼성물산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안건은 3시간 여 뒤인 12시 50분 경 통과됐다.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개회 선언한 뒤 합병 안건을 정식 상정했다. 삼성물산 총 주주 11만263명, 보통주 1억6501만7644주 가운데 이날 주총에 출석한 주주는 553명.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1억3054만8140주로 참석률은 83.57%로 처음 발표됐다.

이후 다시 삼성물산 측은 주총 참석률을 84.73%로 정정했다. 이로써 가결 정족수인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려면 56.48%를 넘어야했다.

검수가 거듭된 끝에 합병안 찬성률은 69.53%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당초 업계 예상을 뛰는 찬성 동조세였다.

합병안 가결 발표가 나오자 주총장에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장에 상주하던 삼성물산 등 삼성 진영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다만 합병 가결 이후 진행된 주식 등 현물 배당 관련 안건은 부결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 1억3146만5269주 중 찬성률은 45.93%(약 6038만주)에 머물러 가결 정족수인 55.71%를 넘지 못했다. 주종 결의로 현물배당을 대신하는 마지막 안건 역시 부결 처리됐다.

이날 안건은 합병 계약안 외에도 삼성물산 배당을 삼성전자 주식 등으로 현물 배당할 수 있게 하자는 안, 이 같은 현물 배당을 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총 결의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자는 안 등 총 3건이었다.

이날 이사회를 꾸린 삼성물산은 당초 오전 9시 주총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몰려든 주주 명부와 제출된 위임장 출석 주식 수 등을 최종 확정하는데까지 3시간이 넘게 걸

◆ 주총장서도 2시간 격렬 찬반 논란
이사회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의 개회 선언 뒤 김신 사장이 주주총회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제공
이사회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의 개회 선언 뒤 김신 사장이 주주총회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제공
합병 상정 이후 2시간 가까이 주주들의 합병 찬반 토론도 이어졌다.

대표적 합병 반대파인 엘리엇 측은 이날도 합병 불가 목소리를 높였다. 합병 안건 상정 전 엘리엇 측 변호인은 이날도 반대표에 힘을 실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서스 최영익 변호사는 "합병안은 전적으로 불공정해서 승인받아서는 안 된다"며 "삼성 구조 개편이 모든 주주에게 공정해야하며, 합병 역시 공정한 거래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엇을 대리하는 장대근 법무법인 루츠알레 변호사도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 위임장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제출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 회장이 와병 중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합병안이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이 회장은 과거부터 의결권 행사를 포괄적으로 위임해왔다"며 "이번 주총에서도 이 회장의 의결권은 기존 포괄 범위에 의해 대리행사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액주주연대도 주총장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 대리인인 네비스탁 측은 "합병 가결되면 소액주주들의 재산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엘리엇 주장에 동조했다.

합병을 지지하는 소액 주주 발언도 이어졌다. 발언권을 요청한 주주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때도 합병 무산으로 주가가 떨어졌다"며 "어떤 주주가 주가 하락을 원하냐"고 따졌다.

다른 주주는 "10년 전 (해외 투기 자본 성격인) 소버린 사태나 (외환은행) 론스타 사태 등을 보면서 이번 엘리엇 측의 반대 의견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