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기 위해 낸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삼성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40부(수석부장판사 이태종)는 엘리엇이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 금지’와 ‘KCC 의결권 행사 금지’ 등 가처분 신청 두 건을 16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예정대로 17일 임시주총을 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항고심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0.35)은 현행법에 따라 산정됐고,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경영판단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합병계약이 무효라는 엘리엇의 주장을 배척하고 1심 결정을 유지한다”고 판단했다. KCC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의 자기주식 처분은 자본시장법의 관련 규정을 따랐고 그 처분 목적·방식 및 가격·시기·상대방 선택도 합리적인 경영상의 판단범위에 있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삼성물산과 KCC 경영진이 선관주의 및 충실 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대표권을 남용했다고도 볼 수 없어 1심 결정을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KCC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KCC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조차 할 수 없고 법적으로 구제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대법원에 상소할 권리가 있지만 삼성물산 주총이 17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엘리엇은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합병무효를 구하는 정식 소송을 낼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지난 5월 삼성이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합병을 추진한다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냈으나 패소했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이 지난달 삼성물산 지분 0.2%를 보유한 KCC에 자사주 899만주(5.76%)를 매각하자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법원에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