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라 대중 수출 감소로 인한 충격 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출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직접' 경쟁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성장 산업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0%를 기록했다.

이는 6년 만의 최저치였던 지난 1분기 성장률과 같은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라면서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엔 환율이 하락해 일본 대비 한국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지만 더 큰 위험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중국발 위협을 생생하게 제시했다.

먼저 중국의 국내기업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군으로 옮겨가면서 한국에서의 수입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등이 삼성과 경쟁하는 것이 단적이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일부 수출품목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규모의 경제나 저렴한 생산비, 제품의 질적 향상은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두번째로 중국이 과잉 생산제품을 동남아시아 등의 신흥국으로 수출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과거 한국의 시장 점유율을 앗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수출은 급증했으며 한국의 수출은 두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아세안은 중국 다음으로 큰 한국의 수출시장이어서 수출 감소가 한국의 전체 수출 증가율에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또 지금까지는 연구개발(R&D)을 강조한 덕분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를 따라잡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모건스탠리는 말했다.

한국은 소득대비 R&D 지출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국가로 특히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중국도 소득 대비 R&D 집중도를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과 차이는 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략 산업에 대한 R&D 투자를 유지하고 중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새로운 성장 산업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이체방크도 중국이 성장률이 약화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리스보다 훨씬 큰 우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그치지만 중국은 25.4%에 이른다.

중국 경제에 대한 월가의 우려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6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HSBC 홀딩스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경제의 현재 상황이 거품 붕괴 직전인 1990년의 일본과 너무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인 억만장자 윌리엄 애커먼은 현재 중국의 상황은 2007년의 미국보다 더 나쁘다"면서 '그림자 금융'의 급속한 팽창과 과중한 차입, 그리고 절박한 증시 부양 노력 등이 이전의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는 중국의 경기부진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6%로 제시했고, 내년에는 3.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기존 3.3%, 3.7%에서 2.5% 3.2%로 크게 낮췄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이 한국의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는 작년에 '제로'였던 것에서 올해는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