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차별 과세 걷어내야
한국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외순자산국에 들어섰다. 올 3월 말 현재 한국의 대외자산은 1조1041억달러,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자산은 1조236억달러였다. 대외순자산 규모가 805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새 직접 및 증권 투자, 대출 등을 통한 대외투자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정부는 지난달 말 민간의 해외투자를 늘리기 위해 세제 혜택을 비롯해 지원책을 내놓았다. 해외 증권투자 활성화를 위해 해외 주식투자 전용펀드에 투자하면 매매차익과 환차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보험사의 투자 가능 해외자산 범위가 확대되고 환헤지 규제도 완화된다.
[뉴스의 맥]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차별 과세 걷어내야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외환, 금융규제를 개선하고 필요 자금을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빌려주는 길도 열린다.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것은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국내에 넘쳐나는 외화를 해외로 내보내 원화절상 압력을 낮춰보자는 의도에서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원화가 저평가 상태라고 보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으나 중장기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리는 유인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에도 정부의 해외 투자펀드에 대한 한시적인 세금 면제 혜택이 해외 주식투자를 크게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사실 정부의 해외투자 유인책이 아니더라도 해외투자는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는 경쟁력 및 해외시장 확보 차원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306억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 99억달러를 압도했다.

원高 완화 위한 해외투자 장려

국내 저금리,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해외 증권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노후자금을 책임질 연금이나 보험사는 국내외의 다양한 해외 자산에 분산투자해야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해외투자 비중이 크지 않다. 국내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성향을 일컫는 자국 편중 현상이 유독 심하다. 전 세계 주식 시가총액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인 데 비해 한국의 전체 주식투자액 중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85% 수준이다.

최근 들어 해외투자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고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생기면서 자국 편중 현상이 낮아지는 추세다. 올 3월 말 현재 내국인이 보유한 해외 증권 규모는 2177억달러로 글로벌 위기 직후에 비해 3배가량 커졌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가 해외투자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 중 증권과 부동산 등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3월 말 현재 21.8%에 이른다. 대형 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지만, 투자자산을 국내에 한정할 때 발생하는 국내 자산가격 왜곡이나 장래 본격적인 연금 지급 시기에 보유 자산 매도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방지한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졌는데도 의외로 달러화 대비 원화절상 폭이 크지 않았던 것은 해외투자 확대가 외화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로화와 엔화, 다른 신흥국 통화의 약세 폭이 워낙 커 원화의 상대적 절상 기조가 유지돼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정부의 해외투자 확대 정책은 외환의 초과 공급을 더욱 줄여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 압력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다.

대형연금 해외자산 투자 늘려

해외 주식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국내 주식투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은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데 비해 해외주식의 매매차익에는 과세했다. 해외 주식투자에 페널티를 부과한 것이다. 과거 국내 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을 우대하고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에는 부정적이던 시각이 남아 있다. 한시적이 아닌 근원적 차원에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상의 합리적인 균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화절상 압력을 줄이기 위해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해외자산이 쌓이면 이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이 미래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원화절상 압력을 미래로 넘기고 분산하는 효과인 셈이다. 일본에서도 해외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돼 엔고(高) 압력이 장기간 이어졌다. 내수 확대에 의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원화절상 압력 해소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해외 보유자산은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로서 중요하지만 환율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약화시키는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해외 증권투자 자금은 신속히 회수해 국내로 들여올 수 있어 유사시 제2 외환보유액의 역할도 기대된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위기 무렵 해외 증권에 투자한 자금이 대거 국내로 환류한 바 있다. 반면 이런 경향이 강해지면 환율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대외충격이 발생하거나 해외 경제가 부진할 때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해외자산이 크게 쌓인 뒤에는 이런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글로벌 경제가 불안해질 때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일본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다.

국가별, 통화별 분산투자를

최근 해외자산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주로 신규 투자 확대에 의한 것으로 기존 해외자산에서의 투자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에는 해외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기도 했다. 최근 중국 증시 불안에서 보이듯이 투자 시점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기도 할 것이다.

실물경제 활동의 결과로 축적한 국부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해외투자의 전문성 제고와 함께 위험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돼야 한다. 유행을 따르듯이 특정 지역이나 국가, 특정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 국가별, 통화별 적절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환위험 헤지의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줄어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절상 압력을 줄이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