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13일(현지시간) 추가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하면서 2주 넘게 이어진 자본통제로 마비된 그리스 경제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날 유로존 정상의 결정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증액을 결정하면 빈사 상태이던 그리스 은행들도 소생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협상 타결을 앞둔 지난 11일 현지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ELA 증액이 결정되면 은행이 일주일 내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은행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발표 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우려한 예금주들이 현금 인출을 위해 대거 은행에 몰리면서 지난 28일부터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우려로 영업이 중단됐다.

영업 중단 속에서도 현금은 급격히 고갈돼 ELA 증액이 없으면 1∼2일 내에 유동성이 마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스타타키스 장관은 "현금 인출과 해외 송금 제한 조치는 최소한 2개월 이상 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은행에 몰려가 현금이 금방 바닥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루 60유로(약 7만5000원)로 제한된 1인당 현금 인출 한도는 단계적으로 상향되거나 아니면 일정 기간을 거쳐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금 부족으로 인한 그리스인들의 불편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는 예금을 100% 보전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도 제기된다.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이웃 키프로스에서는 2013년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자본통제를 실시한 후 예금자들이 일부 예금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키프로스에서는 2주 간의 현금 인출 제한 조치 후 자본통제를 완전히 폐지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한편 그리스의 경우 자본통제가 계속돼도 기업간 금융거래는 우선적으로 개시될 것으로 보여 수입 차질로 인한 불편은 한층 일찍 해소될 수 있다.

그동안 그리스 수출업체들이 해외송금 제한에 묶여 해외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식품과 의약품 등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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