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 특사는 '서민생계형 범죄' 한정…이번엔 '국가발전·국민대통합' 강조
경제악화 속 재계 특사 요구에 靑은 일단 신중…"중립·원칙적 발언"

8·15 광복절을 한 달 정도 앞두고 대통령 특별사면이 정치권 및 재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광복 70주년 특사 방침을 사실상 천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그리스 재정위기 등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에 따라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재계는 사실상 기업인 특사를 요청해 놓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면 언급이 나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월 이뤄진 첫 번째 특사와 달리 이번에는 경제인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朴대통령, 임기 중 두번째 특사 방침 =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0주년 특사'를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의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수석비서관들에게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광복절 특별사면의 방침이 서면서 관심은 이번 사면 성격과 범위 및 대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1월에 실시된 설 특별사면이 서민 생계형 사범 등에 한정됐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사면 대상이 경제인 등으로 확대될지가 관심 포인트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9일 30대 기업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특사방침 천명은 이들 경제인의 요구와 맞물려 있다.

박 대통령은 전경련이 기업인 사면요청을 내놓은 지난 9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기업인 특별사면도 '모든 수단' 중의 하나로 검토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된 셈이다.

전경련의 특사 요구 이후에도 청와대는 "특사와 관련된 논의는 아직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내수 진작과 수출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등 경제 상황과 관련된 언급을 한 뒤 전격적으로 사면 방침을 밝힌 것도 유의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설특사 때와 발언 차이…"국가발전·국민대통합" 강조 = 사면 방침을 천명한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도 지난 사면 때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2월 2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설 특별사면의 방향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

그 대상과 규모는 가급적 생계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설 특사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월 사면이 서민생계형 사범 등에 한정된 것은 박 대통령의 이런 사면 기조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가 당시 특사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타이틀도 '설 서민생계형 특별사면'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선 2013년 12월과 달리 구체적인 사면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이라는 큰 틀의 목적과 원칙만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특사 대상이 지난 특사 때처럼 서민생계형 사범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인 등의 사면까지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자연스레 나온다.

특별사면 언급에 앞서 "역경 속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의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언급한 것도 범위와 대상에서 보다 광범위한 사면이 가능함을 짐작케 한다.

만약 광복절 특사에 주요 기업인이 포함되면 그 대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등이다.

또 집행유예 상태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일각에서는 '국가 발전'이 경제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국민대통합에는 정치인들이 해당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사면 대상이 정치인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靑 "원칙·중립적인 발언"…국민여론이 변수 =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사면 방침 천명을 확대해석 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박 대통령이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단계이기 때문에 검토 결과를 미리 예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 자체는 원칙적이고 상당히 중립적"이라고 했다.

또한, 사면권에 대한 엄격한 적용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평소 철학이나 지난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논란을 강력히 비판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생계형사범 사면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청와대에서는 나오고 있다.

한 참모는 "일단 생계형 사범을 추리라는 말 같다"면서 "(기업인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지) 너무 앞서 나가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선 당시 제한적 사면권 행사 방침을 밝힌 적 있는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 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면서 사면에 대한 엄격한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시 역대 정부의 특사 관행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특히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경제인 사면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광복절 특사에 경제인 등이 포함될지는 사실상 여론에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

이른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번 사면에도 기업인은 포함되지 않거나 국민들이 납득하는 일부 기업인만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엄격한 사면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가석방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인의 경우 특별사면이 아닌 가석방의 형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최태원 회장은 2년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어 가석방 요건은 충족된 상태이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