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 "정부 추경사업 4건 중 1건은 부실"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포함된 세부사업 네 건당 한 건꼴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2일 ‘201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145개 추경 세부사업에 대한 분석 결과 36개 사업에서 45건의 문제점이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세입결손 보전 5조6000억원, 세출확대 6조2000억원 등 총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발표했다. 추경안은 현재 국회 심의 중이다.

○“연내 집행 힘든 사업 16건”

추경 세부사업 가운데 16건은 올해 안에 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산정책처는 “국가재정법 3조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추경의 중요한 요건은 연내 집행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684억원이 증액되는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예방관리 사업 중 구매 대금 555억원이 책정된 항바이러스제(리렌자)는 내년에 필요한 약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납품계약을 연내 체결하고 내년 7~8월에 생산품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예산정책처는 “리렌자 구매 계약부터 생산까지는 한두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내년 하반기에 필요한 치료제를 굳이 올해 계약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은 2825억원이 증액됐지만 세입 부족에 따라 집행 실적이 지난해 65.7%까지 낮아졌다. 2013년에도 재해예방을 목적으로 500억원이 추경에서 증액됐으나 세수 부족으로 1151억원 규모의 사업이 다음해로 이월됐다. 예산정책처는 “농식품부가 405개 세부사업 지구는 정했지만 예산이 얼마만큼 배정될지 등에 대한 세부 시행계획은 수립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전 준비가 미흡한 사업도 16건에 달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침체된 공연계를 되살리기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계 활성화 지원’이 대표적이다. 공연 티켓 한 장을 사면 정부가 한 장을 덤으로 주는 사업으로 예산은 300억원이다. 예산정책처는 “공연단체가 자체 구매를 통해 부당하게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경우를 차단하기 힘들고 공연 입장권 가격의 인상을 막는 것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기금수입이 확대됐는데도 변경된 지출 계획을 제시하지 않거나 중복 지원 가능성이 큰 사업 등 철저한 집행관리가 필요한 사업(10건)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정책처가 지적한 45건의 문제는 사실과 다르다”며 “모두 연내 집행이 가능하고 구체적인 집행 계획도 이미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3분기 100% 집행해야”

기재부는 추경을 비롯한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도 이와 비슷한 수치(0.26%포인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3분기(7~9월) 100% 집행’이란 전제를 달았다. 예산정책처가 16개 사업에 대해 연내 집행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 만큼 실제 효과는 더 낮게 추정한 셈이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세입경정에 대해선 “낙관적 세입전망이 세입경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민신뢰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부작용을 해소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예산정책처의 지적에 대해 “예산편성 당시와 현재 성장률 전망이 달라졌다는 점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침체 우려가 있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당초 계획된 세출을 가능하게 하는 세입경정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