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스로 준비하는 노후에 혜택 강화를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가 연구한 내용을 보니 조선시대 임금의 평균수명은 46.1세다. 일반 백성은 훨씬 더 짧아 평균수명이 35세 이하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81.4세이니 옛날 임금들보다도 2배 가까이 오래 사는 셈이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지금부터 약 10년 뒤인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 713만명이 은퇴를 시작했으며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70~1974년생 350만명도 40대 중반에 진입해 은퇴 대기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화 이슈가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인빈곤율이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한국은 기초연금 수급률과 국민연금의 장기 수급가능 여부가 정치권의 핫이슈가 된 지 오래다. 정부로서는 늘어나는 노인복지 재정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10조원인 기초연금 재정은 10년 뒤면 5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1990년에는 수급자가 26만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375만명에 달했다. 월평균 수령액이 32만5000원으로 최저생계비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지금 같은 구조로는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고령화는 저출산과 맞물려 더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여성 1명의 합계출산율이 2014년에 1.2명에 불과했고, 2005년에 423만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지난해엔 272만명으로 웬만한 광역시 인구에 해당하는 151만명이 줄어들었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한국의 경제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생산력이 줄고 그래서 소비도 줄고, 세금 낼 사람도 줄어드는 반면 사회적으로 부양해야 할 인구는 급증한다. 결국 장기 저성장이 불가피하고 국가 경쟁력이 급락하는 것이다. 학자들이 저출산·고령화를 ‘비극의 시작’, ‘예고된 재앙’으로 경고하는 근본 이유다.

노후는 국민들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는 ‘최저생활보장’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등을 보완해 최소한의 생활 대책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한국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6.4%로 선진국에 비해 낮을 뿐만 아니라 개인연금 가입률도 12.2%로 미국 24.7%, 독일 29.9% 등과 비교할 때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소득이 적더라도 일자리를 갖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에는 월 100만원 소득을 얻는 일자리가 자산 5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부도 국민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데 더 과감한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개인연금 등 노후준비 상품에 대한 세제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개인연금 소득공제(현재는 세액공제로 변경)를 2배로 확대하면 세수는 1800억원이 줄어들지만 장기적인 재정지출 감소 효과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개인이 스스로 준비하도록 유도하고 정부가 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최근 정부도 사적 연금 활성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사적 연금 활성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노후보장 시스템에 대한 통합적 접근과 전면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고령친화상품 개발, 사적 연금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연금포털사이트 개설 등 획기적인 방안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이 모두 행복한 노후를 꿈꿀 수 있는 알찬 결실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이수창 < 생명보험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