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이 불안감 속에 그리스 사태의 추이를 관망 중인 가운데 미국 월가의 '채권 왕' 빌 그로스가 현 상황을 '폭풍 전의 고요'로 비유하며 대충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야누스 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그로스는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전 세계 금융 상황이 시장 반응처럼 그렇게 평온하지 않다"며 현 상황이 국제 금융시장이 허리케인 '그리스'의 눈 속에 이미 진입해 있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로스는 블룸버그 TV의 프로그램 진행자들인 에릭 샤츠커와 기 존슨에게 "당신들이 보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가 모든 자산을 쏟아내 조용하게 평온한 모습으로 유지시키고 있는 시장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무대 뒤에서 그리스에 대해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로스는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 가능성을 70∼80%로 내다본 뒤 이를 그리스에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로스는 지난 5월 말 CNBC와 인터뷰에서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과도한 부채가 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타국으로 (탈퇴가) 전염되도록 문을 여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어 그리스의 그렉시트 결정은 그리스에게 부과된 혹독한 긴축 조건을 독일이 얼마나 양보, 완화해줄 수 있고 또 채무 재조정이나 탕감이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 등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로스는 또 자신이 그리스 국민들의 편에 서 있다며 앞서 그리스 정부가 제기했던 독일의 전쟁 책임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독일인들은 1, 2차 세계대전 후 부과된 전쟁 배상금을 상당 부분 탕감받았음에도 현재 그리스판 마샬계획(전후 유럽부흥계획) 수립 여부 등에 대한 신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등 독일인들이 정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일정한 시점에서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이달 21∼22일 35억유로의 부채 상환을 못하게 돼 ECB 시스템 상에도 중요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그동안 그리스에게 제공한 1천억달러 규모의 긴급유동성지원(ELA) 자금도 디폴트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지 못해 기술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상황에서 35억 유로(약 4조 4천억원)의 ECB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