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美 금리인상 이슈, 시장 금리에 이미 반영돼…돈 몰리는 제약·바이오, 여전히 추천 1순위
올 상반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 증시가 미국의 예고된 금리 인상, 그리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는 ‘버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투자 전략이 유효할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엔저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美 금리 인상, 국내 영향은 제한적

하반기 주식시장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의견이 혼재한다. 일각에서는 자본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경기 회복으로 인식해 실적 장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과거 사례를 분석하면 금리 인상 영향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비관론자들이 제기하는 자금 유출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앞서 2004년에도 지금과 비슷하게 미국은 금리 인상을, 한국은 금리 인하를 했다. 당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2000년대 상승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자본 유출은커녕 상승장으로 어어졌던 것은 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중금리는 제자리였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목적이 시중금리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시중금리가 제자리였기 때문에 자본 유출 충격도 없었다. 당시 이런 현상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이름을 본떠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경상수지로 얻은 외화를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서 수급적으로 시중금리를 눌렀다는 의견이다. 둘째, 당시 금리 인상 패턴을 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마다 0.25%포인트(25bp)씩 기계적으로 올렸는데, 이는 시장과 충분한 소통을 한 것으로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시장은 이를 미리 반영했고 정작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던 2004~2005년에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금도 2004년과 비슷하다. Fed는 첫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 시중금리는 이를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미국의 시중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2004년과 마찬가지로 Fed의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금리 충격 측면에서는 금리 인상 시점보다 지난해 급락한 유가의 기저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연말이 더욱 주의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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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실적장세 기대하기 힘들어

다음으로는 낙관론적인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다. Fed의 금리 인상이 오히려 기업 실적 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Fed가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경기 회복은 글로벌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국 기업에도 역시 긍정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로 과거 금리 인상 시기에는 대체로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이 금리 인상기에 기업 실적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거만큼 기업 이익이 크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엔저 영향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미국 금리보다는 엔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 하나로 기업 실적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업 이익 측면에서는 엔화의 영향을 더 많이 살펴봐야 한다. 1980년 이후 원·엔 환율이 하락(엔화 약세)했던 시기가 총 네 차례 있었다. 당시 한국 기업의 이익이 의미있게 증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엔화 약세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상당수가 수출형 기업이어서 수출이 부진할 경우 기업 실적 역시 부진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엔저 현상은 한국 기업의 이익 상승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증시 전반적으로 실적 장세가 강하게 나타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제약·바이오·화장품주에 주목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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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실적 장세가 없다면 투자자들은 두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가를 결정하는 데 외국인 자금 흐름이 하반기에도 중요할 것이다. 외국인 자금은 올여름까지는 대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시장 전반적인 실적 성장세보다 지금과 같이 일부 종목의 실적만 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일부 실적 호전 업종은 이미 높은 상승을 보여주긴 했지만 시장에 조정세가 나오기 전까지는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중소형주를 주목할 만하다. 어느 정도 고평가돼 있기는 하지만 여름까지는 좀 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주 중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제약·바이오, 화장품 등은 실적 호전주다. 실적 호전주에는 수급이 몰리는 현상이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제약·바이오업종의 강세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제약·바이오 강세가 단순히 국내 테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신약에 대한 허가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급등에 따른 조정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약·바이오 등 기술주의 전망이 밝기 때문에 코스닥·중소형주에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만하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투자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추세적이고 강력한 상승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수급적으로 추가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 그리스 이슈 등이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만 된다면 올여름에는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세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업종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주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서 실적 호전주에 수급이 쏠리는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소 3분기까지는 상반기와 비슷한 투자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은택 <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etlee@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