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 채권단과 벌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그리스가 전면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이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리스발(發) 악재가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를 흔들어 올해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미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6일 세계 금융시장에 따르면 채권단의 협상안을 놓고 시행한 그리스 국민투표가 반대로 귀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그렉시트 우려감은 점점 커진다.

시장에서는 그리스 디폴트나 그렉시트로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는 물론 동유럽 국가가 받을 충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스 UBS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의 경제가 유럽연합(EU)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교역과 투자 면에서 그렉시트의 여파가 가장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는 유럽 경기가 그리스 사태로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장관은 국민투표 전 스페인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붕괴됐을 때 1조 유로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의 발언이 국민투표에서 '반대'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리스 붕괴에 따른 손실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의 부진과 신흥국 위기 등으로 신음하는 세계 경제는 그리스 사태 악화에 따른 유럽 경제의 위축으로 휘청거릴 수 있다.

세계 경기 위축이 미치는 영향을 미국이라고 피해갈 수 없다.

또 그리스 부채협상 실패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고조되면 달러화 강세는 불가피하다.

미국은 강달러가 수출과 성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을 올해 1분기에 충분히 경험했다.

미국 역시 그리스 사태의 향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의 그리스에 대한 노출 정도는 제한적이지만 유로화 사용 국가들이나 세계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은 미국으로도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사태가 세계 경기를 흔들고 미국 실물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하면 시간표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려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난 5월 옐런 의장이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시장에서는 오는 9월에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 사태와 중국 주식시장 급락, 푸에리토리코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의 변수들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관건은 미국 실물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