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A로펌은 신입 변호사를 뽑을 때 판사 임용에 지원할 계획이 있는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은 가급적 채용하지 않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대형 로펌이 법원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 ‘예비 판사’인 로클럭 출신을 특혜 채용하고 급여 등에서 우대한다”는 ‘후관(後官)예우’ 논란이 일었던 게 이 같은 방침을 세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 A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판사 임용에 지원하면 즉시 무급휴직을 시킨다.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의혹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로펌으로서는 망신이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들이 ‘평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변호사단체의 성명서나 언론 등에서 로펌의 사건 부정수임 의혹이 제기되는 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9일 “로클럭 출신 박모씨 등이 변호사로 일하며 앞서 자신이 근무했던 재판부 사건을 맡았고 이번에 경력법관으로 임용됐다”는 내용의 비판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2일 대한변협은 “모 법무법인이 2011년 황교안 총리(당시 변호사)를 통해 전관예우 변론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대법관을 지낸 대형로펌 변호사가 변호사법상 사건 수임제한 위반으로 대한변협에서 징계받고 검찰에 약식 기소됐다.

김모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가 어려워지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치기하는 사람(수임제한 규정 위반자)에 대한 감시도 한층 높아졌다”며 “변호사 스스로뿐만 아니라 로펌 차원에서 처신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모 변호사는 “일부 변호사 단체는 로클럭 등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에 대해 문제제기를 주로 하는데 이는 내부적으로 로스쿨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변호사 수 급증, 법조 일원화에 따른 재야·재조 간 인력이동 등 법조인 양성시스템의 변화와 관련된 문제들이 매끄럽게 정리되지 못한 면이 있다”고 했다.

B로펌은 판·검사를 지낸 이른바 ‘전관(前官)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특별관리하는 시스템을 최근 만들었다. 이들이 “퇴직 1년 전부터 퇴직 때까지 근무했던 기관의 관할사건을 퇴직 1년 후까지 맡지 못한다”는 변호사법상 수임제한 규정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다. B로펌 관계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징계받는 등 최근 전관예우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임 제한 규정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규정 저촉 여부가 모호하면 안전하게 가자는 취지에서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로펌은 로펌에 대한 법조계 내·외부 평판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를 지정했다. 이 변호사는 언론 대응이나 변호사 단체 접촉 등을 하고 특이동향이 있으면 보고서를 쓰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로펌 관계자는 “소속 변호사가 변호사 단체에서 보직을 맡아 활동하는 것을 장려한다는 게 로펌 운영위원회의 기본 방침”이라며 “평판 관리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