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내 증시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눌려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1% 넘게 밀린데 이어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원 넘게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 전반적으로 충격을 받고 있다.

◆ 코스피, 외인·기관 동반 매도

이날 오전 11시0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전 거래일보다 33.26포인트(1.59%) 떨어진 2057.00을 나타냈다.

지수는 33.82포인트 내린 2056.44로 출발한 뒤 개인 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다가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재차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약세는 그리스와 채권단의 채무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디폴트 위기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27일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결정했다. 이어 다음 달 5일 치를 국민투표 전까지 구제금융 종료 시한은 연장해달라고 채권단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를 거절하면서 오는 30일 구제금융 종료를 앞두고 디폴트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만을 놓고보면 그리스는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며 "다만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는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에게 큰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결국은 합의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735억원, 193억원 어치 주식을 내다팔았다. 개인만 나홀로 983억원 어치를 담고 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부족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1.41% 떨어진 126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LG전자는 3.63% 내린 4만775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따.

◆ 코스닥, 파죽지세 꺾여…730선 털썩

고공행진하던 코스닥지수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 750선을 돌파해 마감했던 지수는 현재 전 거래일보다 11.64포인트(1.55%) 밀린 738.86으로 내려앉았다.

기관이 34억원 어치를 매도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54억원, 9억원 어치를 매수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가짜 백수오'와 관련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내츄럴엔도텍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MPK는 동남아 합작투자 무산 소식에 7% 넘게 떨어졌다.

환율 시장도 그리스 디폴트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0원 넘게 급등하다 현재 5.35원 오른 1122.25원에 거래되고 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그동안 미미하게 반영되던 그리스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는 모습"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13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 넘게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높아지면서 외험 회피 목적의 매도세가 다양한 종목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는 지난 주말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동시 단행한 데 힘입어 2% 급등 출발했다. 이후 상승폭을 줄여 현재 0.49% 오르고 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