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여명 정규직 전환했는데 비정규직 되레 늘어난 공공기관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소속 외(파견·용역) 비정규직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 등에서는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공공기관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40개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인력은 6만5748명으로 2010년 5만5923명에서 5년 만에 1만명가량 늘어났다. 반면 최근 2년 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소속된 비정규직 중 5만43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총 6만5000여명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당장 내년부터 전체 직원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을 5% 이내로 조정해야 한다.

공공기관들은 고민이 적지 않다. 주로 시설관리, 환경미화, 경비 등 비교적 단순 업무를 맡고 있는 간접고용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여력이 없거니와 내부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로 인해 예산과 정원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무슨 돈으로 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겠느냐”며 “뿐만 아니라 10년, 20년 전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지금도 단순 업무만 처리하며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들의 절반도 안되는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 직원들 간 갈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두 사람이 똑같이 매표창구에서 티켓을 판매하고 있지만 소속에 따라 연봉 차이는 세 배 가까이 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난이도나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부터 앞장서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역설적으로 간접고용을 확대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 예산을 따로 편성해 공공기관이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근로자를 대부분 직접 채용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유통업체 인사담당 임원은 “공공분야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간접고용 문제는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다만 정부는 이들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적정 노임단가 지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하고 장기계약을 통해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