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규면세점, 경제활력 지렛대로 삼아야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 위축에 글로벌 경기침체, 엔저 등에 의한 수출 감소까지 더해져 한국 경제는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에 놓여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와 ‘추경편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저금리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현실적으로 정책대안이 되기 어려우며, 추경편성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그 자체가 타성화될 위험이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남은 대안은 실물차원에서의 내수 진작이다.

관세청은 내달 10일 서울 3곳, 제주 1곳 등 신규 면세점 4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 지역은 대기업(2곳)과 중소기업(1곳)으로 부문을 나눠 입찰을 진행 중이다. 신규 면세점 허가를 통해 관광인프라를 개선해 관광객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면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절대적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요우커의 한국 재방문율은 2010년 38%에서 2013년 26%로 3년새 12%포인트나 감소했다. 한 번 가면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더욱이 최근 일본을 찾는 요우커 수가 급증하면서 관광지로서 한국의 매력도가 크게 낮아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전년 동기 대비 올 1분기 일본 방문 요우커 증가율(94%)이 한국(38%)을 크게 앞질렀다. 이들의 발길을 돌리려면 요우커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매력의 관광명소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 한류 공연과 K뷰티 등 소프트 콘텐츠와 연계된 면세점 신설이 그 대안이다. 요우커의 재방문율을 2010년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연간 74만명의 관광객 증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행 패턴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행 경험이 적은 관광객은 많은 곳을 둘러보는 주유(周遊)형 관광을 선호하나, 여행 경험이 많은 관광객은 한 곳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체류형 관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구매력이 높은 관광객일수록, 재방문 관광객일수록 체류형을 원한다. 체류형 관광이 가능한 도심 복합리조트를 조성해야 하며, 이때 대규모 면세점은 필수다. 면세점 개장으로 관광객의 지역 체류 시간이 늘면 지역상권도 활성화될 수 있다.

면세업은 입점 업체에 공간을 내주고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백화점 등과 달리 납품업체에서 사들인 물건을 소비자에게 팔아 수익을 남기는 영업구조를 갖고 있다. 명품의 경우 가치훼손을 막기 위해 미판매분은 ‘폐기’를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 재고 부담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따라서 면세업은 고도의 전문 역량을 갖춰야 한다. 또 면세점 고객은 글로벌 수준의 눈높이를 갖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면 다른 경쟁국으로 발길을 옮긴다. 글로벌 면세업체 간 ‘규모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화는 필수불가결하다.

면세점 신규 허가와 관련한 쟁점은 독과점에 대한 해석이다. 공정거래법상 상위 1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업체 점유율이 75% 이상이면 해당 기업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대형 면세업은 독과점산업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러나 면세점은 고객의 8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면세업은 수출산업이기 때문에 시장점유율과 경쟁제한성이 무관하다. 어느 면세점 후보자에게 사업권이 돌아가더라도 최소한 경쟁제한성으로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최근 10년간 면세점 허가를 받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23곳 중 14곳이 문을 닫았다.

면세점과 연계된 관광산업 진흥을 통해 투자와 고용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재정·금융정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