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추세가 며칠째 소강 상태를 이어오고 있으나 곳곳에서 산발적인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서 137번 응급 이송요원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추가 환자가 나오는 등 '3차 유행'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23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3명의 신규 환자가 추가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총 환자수가 175명으로 늘어났다.

메르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7일 3명, 18일 1명, 19일 0명으로 줄어들다가 20∼22일 3일 연속 3명으로 며칠째 소강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의 감염 경로를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확진을 받은 174번(75) 환자의 경우 지난 4일, 8일, 9일에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한 환자다.

그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80여 명의 환자는 이른바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35)가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응급실 안팎에서 접촉한 환자들이거나,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이 두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긴 하나, 가장 가능성이 큰 감염 경로는 이 병원 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를 통한 감염이다.

137번 환자는 14번 환자와 접촉해 메르스에 감염된 후 지난 2일 증상이 나타난 뒤로도 10일까지 병원에서 근무를 이어가며 수많은 환자, 의료진과 접촉했다.

174번 환자도 137번 환자의 근무 기간에 병원에 다녀갔다는 점에서 137번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방역당국과 병원측은 137번 환자로 인한 대규모 전파를 우려해 잠복기가 끝나는 24일까지 병원 부분 폐쇄를 단행하고 이 기간 방문자를 전수 조사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왔다.

잠복기가 끝나가긴 하지만 확진이 늦어져 잠복기 이후 최대 9∼10일까지 환자 확진이 이어진 전례를 감안할 때 137번 환자로 인한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역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신규 확진자 175번(74)의 경우 가족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다.

이 환자는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치료 중 사망한 118번 환자(67·여)의 가족이다.

175번 환자가 메르스 발생·경유 의료기관에 다녀온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족 내 감염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부부와 모자 환자 등을 비롯해 가족내 감염이 의심된 사례가 있긴 했으나 함께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은 병원 내 감염으로 분류하거나 감염경로 미확인으로 두곤 했다.

175번 환자가 분명한 가족 감염 사례로 확인되면, 추가 가족 감염 사례에 대비해 자가격리 방식 등을 재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다.

또다른 신규 확진자 173번(70·여)은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보호자로, 같은 시간 응급실에 있던 76번 환자에게 감염됐다.

증상 발현과 확진이 늦어져 뒤늦게 확진자로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76번 환자로 인한 강동경희대병원 내 감염은 잠복기를 감안할 때 추가로 나와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다른 확진자인 165번 환자(79)가 다녀간 이 병원 투석실을 통한 추가 감염에 대한 우려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