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헤지펀드 공격 막을 경영권 방어책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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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엘리엇 공방의 진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 본다며 지분은 늘려
주주이익 내세우며 합병 논의도 막겠다는 이상한 행보
경영권 공격→주가 상승 유도→단기차익 실현 목적인 듯
이철송 < 건국대 석좌교수·한국증권법학회장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 본다며 지분은 늘려
주주이익 내세우며 합병 논의도 막겠다는 이상한 행보
경영권 공격→주가 상승 유도→단기차익 실현 목적인 듯
이철송 < 건국대 석좌교수·한국증권법학회장 >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다. 규모가 거대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라 경제 차원에서 기대되고, 합병을 계기로 전개될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향배도 주목된다. 합병 공시 후 두 회사의 주가가 급등한 것을 보면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인 듯하다.
그런데 돌연 이 합병과 관련해 충격적인 사건이 생길 조짐이 나타나 주식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식을 7% 확보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 불공정성’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히며 경영진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향후 합병 성사가 불투명하고 어떤 모습으로 귀착돼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주주들의 이해는 다양하다. 합병과 같이 회사의 기본을 개편하는 사건에서는 반대자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다수의 의사에 따라 합병이 관철될 경우 소수의 반대자는 주식매수청구라는 제도를 통해 투자를 회수하고 다수와 결별할 수 있다.
삼성물산 지분을 7%나 가진 엘리엇의 이해는 더 첨예할 수밖에 없다. 합병이 불리하다는 계산이 나올 경우 자기 이익을 지키려 반대 의사를 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잔뜩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것은 최근 수일간 총을 쏘듯 뱉어내는 엘리엇의 공격적 언동이 순수하게 합병 반대를 표명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심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우선 합병에 반대한다면서 지분을 늘려나가는 데서 이율배반성이 드러난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오래전부터 7%나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당 부분은 합병이 공시된 뒤에, 또 상당 부분은 합병 소문이 시장에 신빙성 있게 떠돌던 시기에 사들였다고 한다. 엘리엇이 합병으로 큰 손해를 본다며 삼성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투자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엘리엇의 이율배반적 투자 행동
엘리엇은 법원에 ‘주주총회의 합병결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하면서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소액주주들을 위해 제 돈을 들여 소송한다고 우기는 것은 그저 웃자는 얘기라면 몰라도, 자신의 기행을 설득하기 위한 논거로는 적당하지 않다.
가처분이란 그 바탕이 되는 다툼(소송)이 전제돼야 하는데, 무슨 소송을 전제로 가처분을 신청했는지가 궁금하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에 불만이 있다고 하므로 합병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한 합병 무효 소(訴)를 본안으로 했으리라 짐작된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상장회사끼리의 합병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주가 외에 합리적 기준을 생각하기 어려운 만큼 주가 조작이 있었다면 모를까 합병 무효라는 결론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보다 의아스러운 것은 가처분 신청의 부적시성(不適時性)이다. 합병 무효 소송은 합병 등기가 이뤄진 다음에 제기할 일이다. 불법적인 합병이 관철되는 것을 막자면 합병 결의 뒤에 합병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병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는 것이 순서다. 그것도 지금 할 일은 아니다. 합병비율의 공정성이 문제된다면 합병 총회에서 주주들이 판단해 가부를 결정하면 된다.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은 아예 주주들이 모여 논의하지도 말라는 취지다. 우리 법상 이런 가처분이 허용될 리 없다. 그러므로 이 가처분 신청 역시 가처분 자체를 받아내려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경영권 위협해 시세차익 실현?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그리고 중간배당을 주주총회 결의로 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위한 주주 제안을 했다고 한다. 현물배당은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겨냥한 것이라는데, 계열회사 지분은 회사의 장기적 투자 정책에 의해 보유하는 것이다. 현물배당이 가능하더라도 이사회가 계열사 지분을 선뜻 배당에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래서 엘리엇은 중간배당을 주주총회 결의로 할 수 있게 하는 제안도 포함한 것이다. 당장 금년에 계열사 주식을 중간배당으로 얻어가려는 욕심인 듯하다. 그러나 현행 상법은 재무건전성에 관한 이사들의 사후적 책임을 전제로 중간배당을 허용한다. 주총 결의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정관 변경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엘리엇이 이런 법리를 모르고 주주 제안을 했을 리는 만무한 만큼, 그 깊은 속셈을 알 길이 없다.
엘리엇의 진의가 무엇인지, 이래저래 뭉게구름 같은 의심이 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과거 외국 헤지펀드로부터 수차례 공격당한 경험이 있다. 2003년 영국계 투기자본인 소버린이 SK 지분을 다량 취득한 뒤 경영권을 다투는 척하다 거액의 차익을 얻고 돌아갔다. 2004년에는 역시 영국의 투자사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취득하고 경영 참여, 인수합병(M&A) 등을 선언한 뒤 차익을 거둠으로써 주가 조작 시비를 남겼다. 2005년에는 미국계 투기자본 칼 아이칸이 KT&G 지분을 다량 매입한 뒤 경영진을 압박해 단기간에 거액의 시세차익과 배당금을 거둬 돌아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단기간에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지분을 처분해 단기차익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속성 감안한 감시를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약탈적이라 할 정도로 무자비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헤지펀드의 속성이다. 이를 시장윤리 관점에서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들에게 시달리면서 국내 기업의 체질이 강화되고 지배구조가 개선되기도 하므로 이들이 가져가는 이익은 수업료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이 쓸고 간 회사의 금고에는 큰 구멍이 난다. 주가가 폭락해 그들이 떠난 자리를 지켜야 하는 국내 투자자의 피해는 너무 심각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법제에서는 헤지펀드 공격에 국내 기업이 당당히 대비하고 방어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법은 상장기업에 대해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 국내 기업은 외국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입지에 놓여 있다. 향후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바이지만, 당면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당국이 철저히 시장을 감시해야 한다.
이철송 < 건국대 석좌교수·한국증권법학회장 >
그런데 돌연 이 합병과 관련해 충격적인 사건이 생길 조짐이 나타나 주식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식을 7% 확보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 불공정성’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히며 경영진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향후 합병 성사가 불투명하고 어떤 모습으로 귀착돼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주주들의 이해는 다양하다. 합병과 같이 회사의 기본을 개편하는 사건에서는 반대자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다수의 의사에 따라 합병이 관철될 경우 소수의 반대자는 주식매수청구라는 제도를 통해 투자를 회수하고 다수와 결별할 수 있다.
삼성물산 지분을 7%나 가진 엘리엇의 이해는 더 첨예할 수밖에 없다. 합병이 불리하다는 계산이 나올 경우 자기 이익을 지키려 반대 의사를 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잔뜩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것은 최근 수일간 총을 쏘듯 뱉어내는 엘리엇의 공격적 언동이 순수하게 합병 반대를 표명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심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우선 합병에 반대한다면서 지분을 늘려나가는 데서 이율배반성이 드러난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오래전부터 7%나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당 부분은 합병이 공시된 뒤에, 또 상당 부분은 합병 소문이 시장에 신빙성 있게 떠돌던 시기에 사들였다고 한다. 엘리엇이 합병으로 큰 손해를 본다며 삼성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투자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엘리엇의 이율배반적 투자 행동
엘리엇은 법원에 ‘주주총회의 합병결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하면서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소액주주들을 위해 제 돈을 들여 소송한다고 우기는 것은 그저 웃자는 얘기라면 몰라도, 자신의 기행을 설득하기 위한 논거로는 적당하지 않다.
가처분이란 그 바탕이 되는 다툼(소송)이 전제돼야 하는데, 무슨 소송을 전제로 가처분을 신청했는지가 궁금하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에 불만이 있다고 하므로 합병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한 합병 무효 소(訴)를 본안으로 했으리라 짐작된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상장회사끼리의 합병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주가 외에 합리적 기준을 생각하기 어려운 만큼 주가 조작이 있었다면 모를까 합병 무효라는 결론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보다 의아스러운 것은 가처분 신청의 부적시성(不適時性)이다. 합병 무효 소송은 합병 등기가 이뤄진 다음에 제기할 일이다. 불법적인 합병이 관철되는 것을 막자면 합병 결의 뒤에 합병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병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는 것이 순서다. 그것도 지금 할 일은 아니다. 합병비율의 공정성이 문제된다면 합병 총회에서 주주들이 판단해 가부를 결정하면 된다.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은 아예 주주들이 모여 논의하지도 말라는 취지다. 우리 법상 이런 가처분이 허용될 리 없다. 그러므로 이 가처분 신청 역시 가처분 자체를 받아내려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경영권 위협해 시세차익 실현?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그리고 중간배당을 주주총회 결의로 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위한 주주 제안을 했다고 한다. 현물배당은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겨냥한 것이라는데, 계열회사 지분은 회사의 장기적 투자 정책에 의해 보유하는 것이다. 현물배당이 가능하더라도 이사회가 계열사 지분을 선뜻 배당에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래서 엘리엇은 중간배당을 주주총회 결의로 할 수 있게 하는 제안도 포함한 것이다. 당장 금년에 계열사 주식을 중간배당으로 얻어가려는 욕심인 듯하다. 그러나 현행 상법은 재무건전성에 관한 이사들의 사후적 책임을 전제로 중간배당을 허용한다. 주총 결의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정관 변경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엘리엇이 이런 법리를 모르고 주주 제안을 했을 리는 만무한 만큼, 그 깊은 속셈을 알 길이 없다.
엘리엇의 진의가 무엇인지, 이래저래 뭉게구름 같은 의심이 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과거 외국 헤지펀드로부터 수차례 공격당한 경험이 있다. 2003년 영국계 투기자본인 소버린이 SK 지분을 다량 취득한 뒤 경영권을 다투는 척하다 거액의 차익을 얻고 돌아갔다. 2004년에는 역시 영국의 투자사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취득하고 경영 참여, 인수합병(M&A) 등을 선언한 뒤 차익을 거둠으로써 주가 조작 시비를 남겼다. 2005년에는 미국계 투기자본 칼 아이칸이 KT&G 지분을 다량 매입한 뒤 경영진을 압박해 단기간에 거액의 시세차익과 배당금을 거둬 돌아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단기간에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지분을 처분해 단기차익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속성 감안한 감시를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약탈적이라 할 정도로 무자비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헤지펀드의 속성이다. 이를 시장윤리 관점에서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들에게 시달리면서 국내 기업의 체질이 강화되고 지배구조가 개선되기도 하므로 이들이 가져가는 이익은 수업료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이 쓸고 간 회사의 금고에는 큰 구멍이 난다. 주가가 폭락해 그들이 떠난 자리를 지켜야 하는 국내 투자자의 피해는 너무 심각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법제에서는 헤지펀드 공격에 국내 기업이 당당히 대비하고 방어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법은 상장기업에 대해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 국내 기업은 외국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입지에 놓여 있다. 향후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바이지만, 당면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당국이 철저히 시장을 감시해야 한다.
이철송 < 건국대 석좌교수·한국증권법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