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공을 향한 길, 신뢰
스위스 루체른에는 ‘빈사의 사자상’이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키다 숨진 700여명의 스위스 용병 근위대를 기리기 위한 조각이라고 한다. 왜 스위스인이 타국의 왕실을 위해 목숨을 바쳤을까.

과거 스위스에서 용병 직업은 사방이 높은 산뿐인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생계수단이었다. 스위스인들은 용병 계약을 맺을 때 그 계약에 담긴 신뢰의 무게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 때문에 프랑스 혁명에서도 신의를 지키고자 목숨을 던졌다. 스위스 용병대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유럽 각국 군대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19세기 조선에서는 기존 상인들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일이 생긴다. 조선 최고 거상의 자리에 개성상인이 아닌 의주 출신 임상옥이 오른 것이다. 가난했던 그는 어떻게 조선 최고의 상인이 될 수 있었을까.

“장사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신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상인들이 돈을 벌기 위한 상술(商術)을 우선시했다면 임상옥은 상도(商道)를 최고의 덕목으로 지켰다. 이익에 앞서 신뢰를 지킨 그는 개성상인의 아성을 넘어 조선 최고의 상인으로 우뚝 섰다.

보험업에서는 ‘GA(general agency·보험대리점)’ 채널이 시장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GA는 보험사 제휴를 통해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하며, 보험사를 대신해 보험의 가치를 전한다.

GA가 급성장한 이유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에 있다. 서비스 수준 향상과 계약 유지율 제고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으며, 감독기관의 불완전판매 근절 정책에도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보험업에 몸담고 있는 GA대표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보험업에 대한 이해, 보험인으로서의 자부심은 필자가 보험회사 사장임에도 깨우치는 점이 많다.

미국의 리더십 연구 전문가 존 맥스웰은 저서 ‘신뢰의 법칙’에서 “함께 성장하면 신뢰가 더욱 커진다”,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욱 헌신하고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보험사와 GA가 함께 성장하며, 보험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

이성락 < 신한생명 사장 lsr58@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