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충무로 애견거리 쇠락의 길로 … 대형숍에선 프렌치 불독 비숑 프리제 인기 상한가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충무로 애견골목은 한산했다. 퇴계로와 충무로 4·5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애견골목은 10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전성기를 구가했던 2000년대에는 50여개의 가게들이 성업했다. 지금은 7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견주로부터 직접 애완견을 분양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경매장에서 데려오는 충무로 애견골목의 강아지들이 약하다는 인식도 퍼지면서 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았다.
이름뿐인 충무로 애견거리 쇠락의 길로 … 대형숍에선 프렌치 불독 비숑 프리제 인기 상한가
2000년대 후반에는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애견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반려동물 용품점에 병원, 호텔, 미용까지 한 번에 가능한 복합 애견숍을 열었다. 이마트는 2010년부터 '몰리스 펫샵'을 열었다. 현재 서울에만 7개를 운영 중이다. 2012년에는 롯데마트가 반려용품 판매부터 동물병원, 놀이터, 미용실을 갖춘 ‘펫가든’을 선보였다.
이름뿐인 충무로 애견거리 쇠락의 길로 … 대형숍에선 프렌치 불독 비숑 프리제 인기 상한가
몰리스 펫샵은 외관부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겼다. 분양과 함께 애견호텔, 스파, 미용실을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 분양되고 있던 강아지들은 최근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렌치 불독, 비숑 프리제 등이다.

새하얀 프렌치 불독의 가격을 물었다. 태어난 지 세 달된 강아지의 분양가는 500만 원. 프렌치 불독 옆에 있던 포메라니안은 350만 원. 부모가 모두 챔피언 출신의 혈통 있는 강아지라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설명했다. 충무로나 인터넷 분양카페에서 50~60만 원에 거래되는 푸들, 말티즈도 100~200만 원.
이름뿐인 충무로 애견거리 쇠락의 길로 … 대형숍에선 프렌치 불독 비숑 프리제 인기 상한가
펫가든의 분양가는 몰리스 펫샵보다 저렴했다. 펫가든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티즈, 시츄, 푸들 등을 분양하고 있었다. 가격대는 40~60만 원. 충무로에서 파는 강아지들의 분양가와 비슷했다.

몰리스 펫샵은 이마트에서 직접 운영하는 반면 펫가든은 입점한 개인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들을 분양·관리한다. 서울 소재 한 펫가든의 동물병원 원장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경매장에서 데려오지 않고 전문 브리더들이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분양시키고 있다” 며 “강아지들의 부모가 확인이 되고 아무래도 일반 경매장에서 데려오는 아이들보다 건강해 비교적 안심하고 분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름뿐인 충무로 애견거리 쇠락의 길로 … 대형숍에선 프렌치 불독 비숑 프리제 인기 상한가
체계적으로 갖춰진 시스템과 대기업이라는 네임 벨류로 나날이 규모를 확장해가는 대형마트의 펫샵들과 달리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충무로 애견골목의 상인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0년째 한 자리에서 애완가게를 운영해왔다는 김씨는 “지금은 (애견골목에) 상점이 불과 열 곳도 안 되지만 장사가 잘 될 때는 오십 곳이 넘었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늘 적자” 라며 “충무로 일대가 재개발이 진행돼 재계약이 안 될뿐더러 대기업이 애견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한번 뛰어들기 시작하면 우리 같은 영세 상인은 먹고 살길이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애견골목의 강아지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도 할 말이 많다며 호소했다. 몸짓이 제법 큰 포메라니안을 가리키며 “저 아이는 이제 6개월인데 2개월 때 데려갔던 주인이 슬개골이 탈구됐다며 여기에 버리고 갔다” 면서 “새끼 강아지들은 미끄러지기만해도 슬개골이 탈골 될 수 있는데 무조건 유전 탓만 하면서 버리고 갔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일부 상인들이 병든 강아지를 속여 팔고 무작위로 생산되는 ‘퍼피밀’(강아지공장)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충무로 애견센터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졌다.

김씨는 “갓 태어난 아기도 빈번히 토하고 설사하는데 강아지라고 별수 있겠냐” 며 “대기업에서도 강아지들을 경매장에서 데려오는데 번듯하게 꾸며놓고 가격을 높게 측정해 놓으면 그 강아지들이 여기와 똑같은 곳에서 왔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경매장에서 데려올 때부터 필수 예방접종을 맞추고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하는데,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사람들이 내 탓을 하고 소송부터 거려고 한다”며 “키운 지 1년이 다됐는데 못생겼다며 환불을 해달라는 사람, 털 색깔이 바뀌었다며 다른 강아지로 바꿔달라는 사람 등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며 법대로 하자고 우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름뿐인 충무로 애견거리 쇠락의 길로 … 대형숍에선 프렌치 불독 비숑 프리제 인기 상한가
임지혜 한경닷컴 인턴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