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레킷벤키저 본사 항의 방문 활동 보고 기자회견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해당 제품 제조사의 영국 본사를 상대로 현지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2011년 불거진 이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이 각종 폐질환에 시달리거나 사망한 사건으로 지금까지 500명 이상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27일 오후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본부 앞에서 영국 항의 방문 활동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강찬호 공동 대표 등 피해자모임 구성원 4명, 환경단체·학계·시민운동가 3명 등 총 7명은 지난 17일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제품을 생산한 업체로 지목된 레킷벤키저 영국 런던 교외 본사에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영국에서 레킷벤키저 측과 세 번 만났지만, 끝까지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세 번째 만남에서 회사 측은 '한국 본부와 이야기하라'는 문서만 내놨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 대표와 제조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인 현지 법률사무소와 영국법원에 제소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지 법률사무소는 이 문제가 민사 소송은 물론이고 범죄 관련성을 묻는 형사 소송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놨다"며 "한국정부의 공식 조사로 관련성이 확인됐고 피해 조사까지 진행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법적 대응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항의 방문단은 레킷벤키지 본사뿐 아니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국회, 트라팔가 광장 등에서 항의 시위를 열고 레킷벤키저를 향해 진정한 사과와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활동에 대해 영국의 산업보건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은 시위 현장을 수차례 방문해 지지했으며,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자 신문에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