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기본료 폐지 등 통신요금 인하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경DB
정치권이 기본료 폐지 등 통신요금 인하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경DB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통신요금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 통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에 미칠 중장기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요구가 쏟아져 통신시장을 크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 통신비 인하 추진 방안’을 발표한다. 통신 3사 와이파이 상호 접속 허용,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최저 요금제(월 2만9900원)도 사실상 3만원대로 봐야 하는 데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300MB로 너무 적다”며 “비싼 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28일 미래창조과학부와의 당정 협의에서 ‘요금 인가제’를 공식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정은 통신 3사가 자체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도록 유보 신고제 도입 등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요금 인하 압박으로 통신산업의 수익기반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통신 3사는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상호 비방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통시장의 번호이동 건수는 총 3만7325건으로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394명, 1080명의 순증을 기록했지만 SK텔레콤은 1474명 감소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일 데이터 요금제 출시 이후 사흘 연속 가입자 순증세를 보였으나 주말에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이번 연휴 기간 LG G4 등 주요 단말기에 대해 정부 가이드라인을 뛰어넘는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특히 일부 매장에서는 G4 구입 시 G패드를 무료로 증정하는 ‘1+1 이벤트’까지 하는 등 시장이 혼탁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주말 번호이동 시장에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타사와 달리 저가 요금제 공시 지원금을 최대 한도로 늘렸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