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자사 차량의 점화장치 결함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맨해튼 연방검찰은 GM이 ‘쉐보레 코발트’를 비롯한 차량의 점화장치 결함을 10여년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를 확인했다. GM은 형사 기소를 피하는 대신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을 내는 기소유예 합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물게 될 벌금은 제동장치 이상을 이유로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납부한 12억달러(약 1조3087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GM 차량의 점화장치 불량은 주행 중 엔진이 갑자기 멈추거나 제동장치, 조향장치, 에어백 등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이로 인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건수가 4300여건에 달한다. GM이 공식적으로 결함을 인정한 사고 사망자는 104명, 부상자는 180명이다.

GM은 지난해 2월 결함을 인정하고 해당 장치가 장착된 차량 260만대를 리콜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점화장치 결함 자동차를 포함해 총 3000만대 이상을 리콜 조치했다.

GM은 지난해 점화장치 결함 피해자 보상비용 6억달러를 비롯해 모두 30억달러를 리콜과 피해 보상에 사용했다. 이와 함께 점화장치 결함에 따른 리콜을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도 35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GM은 검찰과 합의한다 해도 각 주 정부별로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사망자 유족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도 치러야 한다. GM은 아직 보상금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망의 경우 희생자에게 최소 100만달러, 남겨진 배우자와 피부양자에게 30만달러씩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의 경우 금전적 보상과 치료비로 최소 2만달러를 지원한다. 보상을 받을 경우 점화장치 불량으로 인한 사고 책임을 묻는 소송의 청구권을 포기해야 한다.

한편 NYT는 이날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가 메리 배라 GM CEO에게 지난 3월 두 회사의 합병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