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환경상품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관세율이 일괄적으로 5% 이하로 떨어진다. 중국에 수출하는 정수기 등은 관세율이 20%포인트 떨어져 수출액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54개 수출 품목이 환경상품에 해당돼 3억7000만달러가량의 수출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수출 정수기 관세 25%→5%로 낮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4일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23~24일 이틀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올 연말까지 환경상품에 대한 실행 관세율을 5% 이하로 인하하기로 참가국 통상장관들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11월에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환경상품 자유화 이행 완료를 공동선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국가마다 환경상품에 대해 0~25%의 다양한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환경상품의 관세율이 일괄적으로 5%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한국 정부도 합의된 관세인하 조치를 완료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적용 대상 품목은 2012년 APEC 정상회의에서 승인된 환경상품이다. 한국의 관세 품목 분류(6단위 기준)로 따지면 54개 품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로 태양열보일러 부품과 태양 및 풍력 인버터 부품, 가습기, 제습기, 쓰레기 압축기, 정수기 등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APEC의 환경상품 관세율 인하 결정으로 한국의 수출이 3억7260만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전체 수출의 0.91%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중국에 366만달러를 수출한 물 여과기와 청정기(정수기 등이 해당)에 대한 중국의 관세율은 25%에 달했다. 작년 중국에 466만달러를 수출한 태양열 보일러 등에 쓰이는 조절제어기 등도 관세율이 10%로 높았다. 5%로 일괄 하향 조정되면 가격 경쟁력이 생길 여지가 크다.

산업연구원은 수입도 1억8317만달러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으로부터 작년에 553만달러와 332만달러어치를 각각 수입한 기체액화용기기와 가스터빈부품의 한국 관세율이 기존 8%에서 5%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수입보다 수출 효과가 더 커 무역수지는 1억8940만달러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APEC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수혜품목을 생산·수출하는 업체와 환경설비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조만간 설명회를 열고 수출 확대를 위한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2년1개월 만에 열린 한·일 통상장관 회의에선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한 것과 관련해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 일본 경제산업상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 환경상품

환경 친화적인 상품. 최종 용도가 환경오염 관리나 방지를 위한 것일 경우 환경상품으로 분류된다. 환경상품에 대한 관세인하는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