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새내기 의사 몰릴 때
교통사고의 중증환자 소생률을 봤더니 월요일 오전이 가장 높더라는 통계가 있었다. 주말에 푹 쉰 의사들이 좋은 컨디션에서 메스를 잡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로로 만성피로에 젖은 수련의가 지키는 주말 밤 응급환자가 받는 치료는 어떨지….

계절별, 월별로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한 ‘간호사의 세계를 통해 알아낸 미국 의료계의 비밀’이라는 기사를 보면 그렇다. 가급적 7월에는 아프지 말라는 것이었다. 의대를 졸업한 새내기 의사들이 인턴으로 병원에 나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나 치료 시점을 정할 수 있는 처지라면 귀기울여 볼 만도 하다. 7월에는 오진, 부실진료가 더 잦다는 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중대 의료사고가 다른 달에 비해 10%나 많았다. 영국은 8월이 의료진 교체시기다. 8월엔 환자사망률이 6~8% 늘어난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죽음의 8월’이라는 말도 있다. 숙련된 전문의가 컨디션 좋을 때 진료받는 것도 환자의 운(?)이다.

모두 과학자로 자부하겠지만 의사들 간에도 실력차는 있다. 심폐소생술 한다며 갈비뼈 다 부러뜨린들 잘못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게 의사 평가의 한계이긴 하다. 의사 실력은 간호사가 제일 잘 안다고 한다. 폴리티코도 의사나 특정 의료시설의 수준을 알고 싶다면 그 병원 간호사에서 물어보라고 귀띔했다.

친절이나 성실성만 본다면 새내기 의사도 나쁠 건 없다. 그래도 의대를 갓 나온 졸업생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은 유능한 의사를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막 사제 서품 받은 신부가 부임하면 신도가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 신부님 기도발이 더 좋다는 신도는 여전히 많다. 병원의 육신 치료와 기도장의 영적 보살핌은 엄연히 다른 영역인가 보다.

의료진의 선의의 거짓말은 어디서나 같은 모양이다. 미국서도 의료진에 “전에 이런 치료 해봤냐”고 물으면 전부 해봤다고 답한다고 한다. 일종의 신뢰마케팅이다. 하지만 병원엔 공포마케팅도 적지 않다. 의사도 사람이고, 병원도 경영체인 때문이다. 컨설팅회사만큼이나 의사들은 공포마케팅에서도 전문가다. 가령 ‘이대로 가면 당신의 간은 10년 뒤를 전혀 보장 못한다’며 수치 몇 개만 내밀면 소비자(환자)들은 지갑을 열게 마련이다. 검진·예방의학 시장이 팽창하는 배경이다. 건강에 대한 전문가의 예방이겠지만 병원도 고가 장비를 놀릴 순 없다.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지만 좋은 의료진 만나는 데도 시운(時運)이 작용한다니…. 근래 의대로 대거 몰려간 인재들이 모두 최고 명의가 돼 나오길 바랄 뿐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