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지방재정 개혁, 국고보조금 사업 숫자·규모 줄여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5년 359개 국고사업 10년새 1000여개로 늘어
1억원 내외 사업 남발…복잡한 절차에 행정력 낭비
중앙정부 돈 확보가 시장·군수 능력이란 인식도 문제
백지수표 격인 지방교부금·교육교부금도 개혁해야
"담당 부처나 지방공무원들은 사업의 효과를 생각하기보다는
하고 있는 사업이니까 그냥 계속하고 있다"
이원희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
1억원 내외 사업 남발…복잡한 절차에 행정력 낭비
중앙정부 돈 확보가 시장·군수 능력이란 인식도 문제
백지수표 격인 지방교부금·교육교부금도 개혁해야
"담당 부처나 지방공무원들은 사업의 효과를 생각하기보다는
하고 있는 사업이니까 그냥 계속하고 있다"
이원희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
최근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영유아 보육, 누리과정, 학교 급식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 30년을 지나면서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세입 집권(集權), 세출 분권(分權)의 제도를 가지고 있다. 전체 세입 중 국세가 80%, 지방세가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세입은 ‘중앙 집권화됐다’고 한다. 지방세 비중은 연방제 또는 단방제, 정치발전 과정 등에 따라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국제 수준에서 보면 한국의 지방세 비중이 그리 낮은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모범국가라고 생각되는 영국은 지방세 비중이 10% 이하인 특징을 보여준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모든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재원을 지원해준다.
지방자치단체에 나가는 국고보조금은 37조원, 지방교부금은 40조원, 지방교육교부금은 42조원이나 된다. 지출 구조를 보면 중앙이 45%, 지방이 55%를 차지한다. 최근 불거진 갈등 사례는 이런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일정한 자금을 분담해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지자체가 도서관, 체육관 등을 건설하면서 중앙정부도 함께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작은 사업도 직접 자기 비용으로 하기보다 중앙정부를 끌어들인다. 중앙의 자금을 받아오는 것이 국회의원, 시장, 군수의 능력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2005년 359개였던 지자체의 국고보조금 사업이 올해 3배 가까이 증가해 1000여개가 된 이유다.
지역 단위에서 1억원 내외의 작은 사업이 남발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작은 사업들을 전국으로 합치면 240억원가량 된다. 한국 사회는 이런 소액 분산사업을 하면서 각종 공문을 주고받고 절차를 수행하는 등 복잡한 행정 비용을 치르고 있다. 공무원들의 일이 많다고 하지만 이런 불필요한 사업을 하면서 업무량 과중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담당 부처나 지방공무원은 사업의 효과를 생각하기보다 하고 있는 사업이니까 그냥 계속하고 있다.
세입집권, 세출분권 재정구조
국고보조금 개혁의 출발은 사업 숫자와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무책임, 비효율, 저성과 재정사업을 개혁하는 동시에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 수 있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 관련 책임성을 재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고보조금 사업 수의 10%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국고보조금 사업이 축소되면 함께 부담을 지고 있던 지방재정의 재원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재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국고보조금의 통폐합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이유가 있다.
교부금 방식의 개혁도 필요하다. 지방교부금은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19.24%를 지자체에 교부하고, 지방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를 지방교육청에 교부한다. 이런 자금은 중앙정부가 지출의 내역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백지수표를 주는 것과 같다. 최근 문제가 된 누리과정의 경우도 지역 사회에 혜택이 가는 사업이지만, 중앙이 지방의 부담을 강요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교육 재정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시·도에서 교육목적세를 징수해 전액을 교육청에 주고 있고, 또 특별시와 광역시는 담배소비세의 45%를 교육청에 주고 있다. 교육 재정의 수요에 따라 자금이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총액이 배정되고 있다. 교육특별회계로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교육감은 재정과 관련해 세입 확보의 책임 없이 세출의 권리만 갖고 있다. 그래서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재정 지원은 늘어나는 경직성을 보이게 된다. 교육자치의 정신은 존중해야 하지만, 교육재정과 교육행정의 효율화를 위해 지방재정과 중앙재정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수반돼야 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감소하고, 고령화로 복지비는 증가하는 현실에서 지방교육교부금과 지방교부금의 재원을 합리적으로 재배분할 필요가 있다.
소액분산 국고보조금은 통폐합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작년 12월22일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대통령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고보조금 축소, 지방교부금 간소화 및 투명성 제고, 지방교육교부금 연계 통합관리, 자체 재원 확충, 협의체를 통한 협력체계 구축, 시스템을 통한 통계자료 재구축 방안 등을 제시했다. 지난 13일 열린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선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결론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정도에 그쳤다. 부처에서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었다. 국고보조금 사업 개혁을 위해 기재부는 전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설득해야 한다. 시간끌기 전략에 물리면 기재부도 통제하고 강제할 수단이 부족해 보인다.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시·도 지사와 지방교육감으로 인해 지역에서 재정의 연계 협력은 어려워 보인다.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지방교부금과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개혁의 주체이면서 대상이기도 하다.
교육비를 복지비로 전환 노력을
역설적이게도 올해 불거진 중앙과 지방의 갈등 사례는 개혁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와 해결책이 제시됐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정부 조직의 칸막이 구조 속에서 중앙부처 내에서도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 행자부와 교육부의 통 큰 협력이 필요하고, 기재부의 적극적인 조정 능력이 발휘돼야 한다.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고령화의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탄력을 회복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에 국가적인 역량이 모아져야 한다.
사실 재정 개혁은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수리하는 것과 같다. 문제 제기는 하지만 개혁의 시기를 찾지 못해 관성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 이럴 때 자기 부처, 자기 지역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원희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
우선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일정한 자금을 분담해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지자체가 도서관, 체육관 등을 건설하면서 중앙정부도 함께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작은 사업도 직접 자기 비용으로 하기보다 중앙정부를 끌어들인다. 중앙의 자금을 받아오는 것이 국회의원, 시장, 군수의 능력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2005년 359개였던 지자체의 국고보조금 사업이 올해 3배 가까이 증가해 1000여개가 된 이유다.
지역 단위에서 1억원 내외의 작은 사업이 남발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작은 사업들을 전국으로 합치면 240억원가량 된다. 한국 사회는 이런 소액 분산사업을 하면서 각종 공문을 주고받고 절차를 수행하는 등 복잡한 행정 비용을 치르고 있다. 공무원들의 일이 많다고 하지만 이런 불필요한 사업을 하면서 업무량 과중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담당 부처나 지방공무원은 사업의 효과를 생각하기보다 하고 있는 사업이니까 그냥 계속하고 있다.
세입집권, 세출분권 재정구조
국고보조금 개혁의 출발은 사업 숫자와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무책임, 비효율, 저성과 재정사업을 개혁하는 동시에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 수 있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 관련 책임성을 재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고보조금 사업 수의 10%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국고보조금 사업이 축소되면 함께 부담을 지고 있던 지방재정의 재원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재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국고보조금의 통폐합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이유가 있다.
교부금 방식의 개혁도 필요하다. 지방교부금은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19.24%를 지자체에 교부하고, 지방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를 지방교육청에 교부한다. 이런 자금은 중앙정부가 지출의 내역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백지수표를 주는 것과 같다. 최근 문제가 된 누리과정의 경우도 지역 사회에 혜택이 가는 사업이지만, 중앙이 지방의 부담을 강요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교육 재정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시·도에서 교육목적세를 징수해 전액을 교육청에 주고 있고, 또 특별시와 광역시는 담배소비세의 45%를 교육청에 주고 있다. 교육 재정의 수요에 따라 자금이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총액이 배정되고 있다. 교육특별회계로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교육감은 재정과 관련해 세입 확보의 책임 없이 세출의 권리만 갖고 있다. 그래서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재정 지원은 늘어나는 경직성을 보이게 된다. 교육자치의 정신은 존중해야 하지만, 교육재정과 교육행정의 효율화를 위해 지방재정과 중앙재정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수반돼야 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감소하고, 고령화로 복지비는 증가하는 현실에서 지방교육교부금과 지방교부금의 재원을 합리적으로 재배분할 필요가 있다.
소액분산 국고보조금은 통폐합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작년 12월22일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대통령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고보조금 축소, 지방교부금 간소화 및 투명성 제고, 지방교육교부금 연계 통합관리, 자체 재원 확충, 협의체를 통한 협력체계 구축, 시스템을 통한 통계자료 재구축 방안 등을 제시했다. 지난 13일 열린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선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결론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정도에 그쳤다. 부처에서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었다. 국고보조금 사업 개혁을 위해 기재부는 전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설득해야 한다. 시간끌기 전략에 물리면 기재부도 통제하고 강제할 수단이 부족해 보인다.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시·도 지사와 지방교육감으로 인해 지역에서 재정의 연계 협력은 어려워 보인다.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지방교부금과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개혁의 주체이면서 대상이기도 하다.
교육비를 복지비로 전환 노력을
역설적이게도 올해 불거진 중앙과 지방의 갈등 사례는 개혁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와 해결책이 제시됐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정부 조직의 칸막이 구조 속에서 중앙부처 내에서도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 행자부와 교육부의 통 큰 협력이 필요하고, 기재부의 적극적인 조정 능력이 발휘돼야 한다.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고령화의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탄력을 회복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에 국가적인 역량이 모아져야 한다.
사실 재정 개혁은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수리하는 것과 같다. 문제 제기는 하지만 개혁의 시기를 찾지 못해 관성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 이럴 때 자기 부처, 자기 지역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원희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