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SLBM 위협, '응징전략' 서둘러라
북한의 협박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지난 8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함으로써 조만간 수중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체계를 보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같은 날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서남전선사령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자신들이 정한 해상분계선을 넘는 한국 함정들에 예고없이 조준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고, 9일에는 “맞설 용기가 있으면 도전해보라”는 협박과 함께 동해상으로 KN-01로 추정되는 함대함 미사일 세 발을 날려 보냈다.

북한이 비대칭 위협을 앞세우고 남북관계를 좌지우지하려 할 것이라는 점은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드러난 1990년대 초부터 예상됐던 일이고, 이후 세 차례의 핵실험과 무차별적인 투발(投發)수단 개발이 이를 증명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국의 대북정책은 무력화되고 자유민주주의 통일도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반응은 무덤덤했고 한국군의 대응은 늘 ‘뒷북’이었다. 권력세습제인 북한은 반세기 동안 무서운 일관성으로 ‘비대칭 군사력을 통한 남북관계 지배’를 꾀해 왔지만, 5년마다 정부가 바뀌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는 남북 간 전략균형을 위한 장기플랜보다는 차기 선거가 더 중요했다.

결론부터 말해, 한국은 이제부터라도 ‘상호취약성’에 기초하는 ‘공포의 균형’을 확보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2010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통해 건의했던 응징보복 위주의 ‘능동적 억제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 SLBM은 대단히 전략적이고 영악한 선택이다. 미·소 냉전기간에 핵전쟁을 억제한 일등공신은 양국이 공유했던 상호취약성이며, 핵추진전략잠수함(SSBN)이 발사하는 SLBM은 이를 위한 최적의 무기였다. 잠수함은 탐지되지 않으면서 공격자를 응징하는 은밀한 플랫폼이어서 상대국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응징보복 체계로 인해 미·소 간에는 ‘공포의 균형’이 이뤄졌다. 양국은 여기에 지상발사 및 공중발사 응징보복 체계를 더해 ‘핵 3축체제(nuclear triad)’를 구축, 서로 핵충돌을 억제했다.

한반도의 상황은 딴판이다. 북한이 핵이라는 비대칭 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선제(先制)와 방어가 어려운 수중발사 핵미사일의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어 한국은 일방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노출돼 있다. 북한이 대놓고 대남협박을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능동적 억제전략이란 이런 불균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재래무기로 구성되는 ‘한국형 3축체제’를 통해 상호취약성을 확보하고 도발시 ‘즉각적 응징보복’을 가하는 태세로 북한의 도발과 핵공격을 억제하자는 것이었다.

한국군이 추진하는 ‘방어(KMAD)와 선제(kill chain)’는 고가의 첨단 장비를 필요로 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못하며, 공격자를 징벌하지 않기 때문에 억제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응징전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기들로 가능하고 억제효과도 직접적이다. 한국이 경제력을 이용하기로 작정한다면, 다양하고 강력한 응징수단을 공중과 지상, 해상·해저에 배치하는 한국형 3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향후 5년간 방어와 선제에만 8조7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국방부의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응징을 중심으로 ‘응징-방어-선제’를 혼용하는 최적의 배합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권은 성완종 사건이나 내년도 총선 이슈에 매몰돼 있을 때가 아니다. 미·일 동맹 강화, 중·러 신(新)밀월 등으로 한국의 안보문제는 주변적 변수로 전락하고 있는 데다 북한의 안보위협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금은 향후 5년간 사용할 ‘특별국방예산 20조원’ 같은 방안이라도 내놓아야 할 때다.

김태우 < 건양대 교수·객원논설위원 defensektw@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