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영국 내 반이민 정서가 더욱 확산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실시된 이번 총선에서는 이민과 관련한 이슈가 경제·국민건강보험(NHS) 문제 등과 더불어 주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순이민자 수가 29만8천 명으로 전년보다 42% 늘어나고, 총 이민자수도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62만4천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이민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과 더불어 유럽연합(EU) 국가 중 이민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민자 증가 추세 속에 영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가져가고 임금상승을 제한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 당 총수들은 총선을 앞두고 이민 관련 정책을 주요 공약에 포함시켰다.

2010년 취임 후 차기 총선 전까지 순이민자 수를 수만 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도 "최근 수십년 동안 이민자가 너무 많이 늘었다"며 이민자 통제 방침을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특히 이민자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이민자 문제 등에서 EU 인권법 대신 영국 인권법을 적용하는 내용 등을 포함해 EU 협약 개정을 요청한 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영국 이민자들이 총선 과정에서 희생양으로 몰렸다"며 "많은 영국 이민자들은 교통 혼잡부터 학교·병원 부족까지 모든 일을 이민자 탓으로 돌린다고 느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폴란드 출신 이민자인 루카스 벨리나(28)는 WP에 "영국의 미디어와 정치인들은 영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우리에게 돌리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총수 역시 이민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민자 유입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확한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는 등 보수당보다는 다소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반면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은 강력한 이민 규제책 등 반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UKIP은 출구조사 결과 2석의 의석만 챙겨간 것으로 예측되지만, 총선 과정에서 10%대의 정당 지지도를 보이며 극우 민심을 대변하기도 했다.

출구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보수당의 예상 밖 선전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보수당의 공약이 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민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유럽 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반이민 정서가 강했던 영국에서 보수색이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출구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이민정책이 총선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당들의 정책 경쟁이 반이민 정서를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