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마다 부진하지 않은 게 없다. 어제 발표된 4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1%나 줄었다. 넉 달째 감소세에다 낙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4%(전년 동월비)에 그쳐 5개월째 0%대를 맴돌았다. 담뱃값 인상분(0.58%)을 빼면 석 달 연속 물가가 마이너스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3월 산업활동동향(전월비)도 생산(-0.4%), 소비(-0.6%), 투자(-3.9%) 모두 하락세다.

이런 상황이니 언론들은 당장 내수 침체 속에 수출마저 부진해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고 아우성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통계로 경기를 진단할 때는 항상 착시와 오독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착시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1년 새 반토막 난 국제유가다. 전체 무역액의 약 20%가 석유·석유화학제품이다. 수출경기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금액뿐 아니라 물량도 함께 봐야 한다. 수출물량은 설 연휴가 낀 2월(-1.0%)을 제외하곤 되레 5~6% 증가세다. 수출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데 유가 하락 탓에 위축된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물론 원고·엔저에다 세계 교역 둔화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물가도 유가 영향을 면밀히 따져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가격 변동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0%다. 식품류·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도 2.3% 상승했다. 오를 것은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내달부터는 버스 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진다. 물가가 사실상 마이너스라 해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다. 정책에서 통계가 빠지면 공허해진다. 하지만 통계를 잘못 읽고 펴는 정책은 더 위험하다. 단기 부양책일수록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