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브랜드, 제품 디자인 중국인 취향 맞춰 '바꿔'
사진=왼쪽부터 루이까또즈, 질스튜어트액세서리, MCM 제공
사진=왼쪽부터 루이까또즈, 질스튜어트액세서리, MCM 제공
[ 오정민 기자 ] 올 여름 백화점에선 광택이 있는 화려한 색상의 여성용 핸드백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전망이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한국 유통업계를 쥐락펴락하다보니 각 잡화 브랜드들이 중국인 취향을 반영해 신제품을 출시한 결과다.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태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루이까또즈는 한정판 '메탈릭 벌룬백'을 중국과 한국에 동시 출시할 예정이다. 메탈릭 벌룬백은 알루미늄 포일과 같이 반짝이는 광택 소재가 특징인 클러치백으로 한정 수량에 한해 판매한다.

루이까또즈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여 중국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한정판 제품과 함께 새로 광고모델로 기용한 태티서를 활용,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신유철 루이까또즈 마케팅 과장은 "중국법인에서 현지 소비자에게 보다 잘 어필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며 "브랜드 인지도 개선 등을 위해 색이 화려하고 브랜드 로고를 키운 디자인의 메탈릭 벌룬백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중국향(向)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MCM은 광택이 나는 신소재로 만든 '바이오닉 시리즈 컬렉션'을 밀고 있다.

바이오닉 시리즈 컬렉션은 중국인 취향에 맞춰 가방 전면에 로고를 내세웠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가방의 조각 무늬를 모두 커스터마이즈 했다고 브랜드 측은 전했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제품 정보를 입력할 때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이 많이 들어간 다섯 자리 코드 '80088'을 입력하도록 했다.

중국에 미진출한 브랜드들도 유커 취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LF의 질스튜어트액세서리는 빛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소재로 만든 '프리즘' 라인을 선보였다. 프리즘 라인은 조각 소재를 기하학적으로 연결한 제품군으로 가죽 위에 특수가공한 가죽을 덧입혀 제작했다.

남지현 LF 브랜드마케팅팀장은 "현재 국내 유통업계에서 '큰손'인 중국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프리즘 라인 기획 시 중국인이 선호하는 색감 등을 좀 더 반영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중국향 디자인 전략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춰 출시한 제품 탓에 자칫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로고리스와 놈코어 유행이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일부 화려한 제품 때문에 '세련되지 않은 브랜드'란 꼬리표를 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은 단기적으로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에 해가 되지 않을 지 브랜드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MCM의 경우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손꼽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선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