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듀폰과 합의…'아라미드 소송전' 끝낸다
코오롱(회장 이웅열)이 듀폰과 벌이고 있는 아라미드 섬유 관련 소송을 6년 만에 끝낼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코오롱은 소송 부담 없이 미국시장에서 아라미드 섬유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내부적으론 듀폰과 합의를 끝냈으며, 곧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그것으로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며, 코오롱은 듀폰에 로열티 지급 없이 자유롭게 관련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코오롱, 아라미드 ‘족쇄’ 푼다

블룸버그는 듀폰이 아라미드 섬유 브랜드 ‘케블라’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 코오롱이 유죄를 인정할 것이라고 29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코오롱이 3억6000만달러(약 3844억원)를 벌금 등으로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내 법조계 관계자는 “코오롱의 소송을 대리한 로펌 폴 헤이스팅스의 담당 팀원들이 모두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며 “코오롱이 듀폰과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승일 코오롱 전무는 “이와 관련한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소송의 핵심인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보다 강도가 5배 센 합성섬유로 관련 업계에서는 ‘꿈의 소재’라고 부른다. 케블라를 보유한 듀폰과 ‘테크노라’ 등을 판매 중인 일본 데이진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하지만 듀폰이 2009년 전 듀폰 직원인 마이클 미첼을 코오롱이 컨설턴트로 채용한 것에 대해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해 발이 묶였다. 버지니아주 동부지방법원은 2011년 11월 코오롱이 듀폰에 9억199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후 2014년 4월 버지니아주 연방항소법원이 이 판결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려 전세가 역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기회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자 이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외국계 로펌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법적 절차일 뿐이고, 코오롱으로선 듀폰과의 합의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며 “법원 판결이 나면 코오롱은 지난 6년 동안 지고 있던 소송 부담에서 벗어나 아라미드 섬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 주가 1년 만에 상한가

증권업계에서는 “벌금 규모가 커 일시적으로 코오롱에 부담이 되겠지만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오롱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4만56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오롱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2014년 4월4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9.42%(5800원) 오른 6만7400원에 마감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벌금 규모가 만만치 않지만 6년에 걸친 소송이 종결되는 데 따른 기업가치 제고효과가 더 크다”며 “코오롱이 벌금을 나눠 내는 등의 방법으로 재무적 부담을 최대한 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아라미드 섬유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올 영업이익이 2550억원으로 작년보다 50.8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아라미드 섬유

열과 화학약품에 강한 초강력 합성섬유. 불에 타거나 녹지 않으며 500도가 넘어야 비로소 검게 탄화(炭化)한다. 강도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다섯 배 세다. 방탄복과 헬멧,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밧줄과 케이블 등의 소재로 쓰인다.

송종현/정영효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