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지수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뉴욕 증시의 역사를 다시 썼다.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호조와 바이오 기업의 가세,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 연기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41% 상승한 5056.06으로 마감하며 닷컴거품 붕괴 직전인 2000년 3월10일 세운 기존 최고치(5048.62)를 15년 만에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초 지수 5000선을 넘어서며 수차례 신기록 작성에 도전했으나 달러 강세와 1분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23일도 장 초반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낮 12시 직전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순식간에 최고점을 넘어선 뒤 오후 3시 무렵에는 5072까지 오르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등 공신은 IT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었다. 시가총액 1위 애플 주가는 신제품 애플워치 출시를 하루 앞두고 이날 1% 가까이 오르며 종일 상승세를 주도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17%나 뛰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나스닥지수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상위 5위권 기업들도 이날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투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구글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72억달러, 순이익은 4% 오른 35억달러를 각각 달성했다. MS도 노키아 휴대폰사업 인수 등의 영향으로 1분기 매출이 6.5% 증가한 217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도 1분기 매출이 227억달러로 15% 늘었다.

제약과 헬스케어 등 바이오주들의 가세로 나스닥의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진 것도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제약회사인 글리스 사이언스 주가는 최근 1년간 52%, 올 들어서만 12% 뛰었다. 암젠은 이 비율이 각각 6.2%와 46%, 바이오젠은 27%와 4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수 상승을 누르고 있던 금리 인상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시에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고, IT와 바이오업종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상승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