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운영허가를 받고 가동을 앞둔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사용한 작업복과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저장할 예정이다.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폐기물은 아직 뚜렷한 대안이 없다. 처리시설이 없어 개별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지만 2016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월성(2018년) 한빛(영광·2019년) 한울(울진·2021년) 등지의 임시 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국 23기 원전에서 한 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700t. 2024년이면 국내 모든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이 꽉 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연구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은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라늄 등 유용한 자원을 추출해 차세대 원자로(4세대 소듐냉각고속로)의 연료로 쓰려는 취지다. 핵연료를 재활용하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핵연료의 형상, 내용을 변경하려면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용후핵연료와 비슷한 가짜 핵연료를 만들어 시험했다. 시험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분석하는 기본 활동이 가능해졌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