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 화웨이의 야심만만 기업설명회
지난 21일 중국 선전 상업중심지 푸톈구에 있는 샹그릴라호텔. 아침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기자, 애널리스트, 정보기술(IT)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중국의 IT기업 화웨이가 개최한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15’ 참석자들이었다.

화웨이의 2015년 경영계획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에릭 쉬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이 몰고 올 IT산업의 큰 흐름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세계 각국의 인터넷 인프라를 평가한 ‘글로벌연결지수(GCI)’도 발표했다.

쉬 부회장은 “화웨이는 글로벌 IT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타깃으로 삼은 시장이 세계로 확대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영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행사장 분위기와 참석자들의 면면, 발표 내용 등 모든 면에서 화웨이가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이미 올라섰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비상장기업이다. 향후 10년간 상장 계획도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대적인 기업설명회(IR) 행사를 마련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화웨이 관계자는 알려줬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국 IT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가전제품이나 짝퉁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 정도로 인식됐다.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화웨이를 필두로 샤오미 레노버 알리바바 등 일군의 중국 IT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군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IT기업들의 생산기지에 불과했던 선전은 최근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 창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제2의 화웨이 레노버 등이 출현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들도 선전으로 몰려들어 유망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있다. 박은균 KOTRA 선전무역관 관장은 “중국 IT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보호막 아래에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중국 IT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