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일렉트릭(GE)의 변신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전 금융 부문인 GE캐피털을 중심으로 2년간 2000억달러를 매각하는 등 금융 부문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발표를 하고 나서다. 웰스파고에 대출 채권을 매각 하는 논의가 어제부터 시작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 자동차금융과 신용카드 사업도 매각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한다. 주가 역시 10일 전에 비해 8%가량 올랐다. GE의 투자와 대출에 연관있는 모든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온통 GE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GE의 방향은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발언에서 드러난다. 그는 “단순하고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기업으로 회사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강조한다. 산업용 정보기술(IT)분야나 의료용 인프라기술도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공룡 기업의 제조업 회귀다. 기업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이다.

이멜트 “제조기업으로 돌아갈 것”

GE는 1892년 창업 이후 그야말로 진보와 혁신을 강조한 미 제조업의 아이콘이었다. ‘진보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상품(Progress is our most important product)’이라고 역설했던 바로 그 기업이다. 하지만 GE는 1960년부터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비전과 방향성이 흐려졌다. 급기야 1980년대에는 금융산업에까지 뛰어들었다. ‘GE가 하는 사업들은 잡동사니에 불과하다(톰 피터스)’는 등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GE는 사업 분야를 늘려나갔다. 2000년대 초반엔 사업 가짓수가 350개에 달할 정도였다. 특히 금융산업은 외견상 GE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금융위기 전 기업 수익의 절반가량을 금융 업종에서 창출했으며 할부금융을 통한 GE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성장을 GE에 있어서 마치 꿈과 같았던(surreal) 시절이라고 묘사한다.

핵심역량 없으면 시장서 도태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는 GE에 엄청난 굴욕을 안겼다. 2009년 사상 처음으로 주주배당을 줄였고 신용등급도 하락됐다. 금융은 더 이상 GE의 캐시카우가 아닌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더욱이 시장은 업종별 전문성을 요구하고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원했다. 이멜트 회장이 2018년까지 금융 부문을 10%까지 줄이려는 배경은 바로 시장의 압력이었던 셈이다. 이제 GE는 에너지 가스터빈과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제조업 중심 기업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도 계속 만들려 한다.

실로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은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다. 디지털 기업들은 오로지 핵심역량에 집중한다. 무인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구글도 자동차를 제작하지는 않는다. 애플도 신규 사업에 대한 도전을 주저한다. 취약한 제조분야는 아예 하청기업에 맡겨 버린다.

소니가 지난해 200억엔의 흑자를 냈다고 자랑했지만 전직 임원들은 소니은행 소니보험 등 금융산업으로 수익을 올린 것은 돈을 제대로 번 게 아니라며 오로지 주력분야인 기술 개발에 진력하라고 충고하는 마당이다. 주력 산업이 세계 일등이 되지 못하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된다. 산업용 IT의 거센 파고도 넘어야 한다. 핵심역량을 향한 GE의 빠른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