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초음파 진단기로 GE·필립스와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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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빈 알피니언 대표
연구개발비만 800억 투자…4년 만에 60여개국 수출
연구개발비만 800억 투자…4년 만에 60여개국 수출

알피니언 매출은 2011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52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40억원에 달했다.
고석빈 알피니언 사장(사진)은 “연구개발(R&D) 비용만 800억원 가까이 썼다”며 “다국적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초음파 진단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진그룹이 2007년 초음파 진단기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무모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독점한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가 불가능해 보여서였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외국 의료기기에 언제까지 의존할 것이냐”며 고 사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고 사장은 메디슨과 지멘스 등에서 18년간 초음파만 연구한 이 분야 전문가다.
의사들은 알피니언이 개발한 초음파 진단기를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검증 안 된 제품을 환자에게 쓸 수 없다”고 했다. 고 사장은 일단 ‘되는 곳’부터 공략했다. 시장이 큰 미국이나 일본은 애초에 시도조차 안 했다.
기존 의료기기 업체들과 의사들 간 유대가 워낙 강해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봤다. 브랜드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독일을 공략했다. 제품만 좋으면 받아줬기 때문이다.
현지법인을 내고 적극적으로 영업했다. 독일에서 기반을 닦은 뒤 이탈리아 폴란드 프랑스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중국 등 신흥국에도 진출했다. 현재 알피니언 매출의 70%가량이 해외에서 나온다.
국내 병원을 공략할 때도 규모가 큰 산부인과 대신 ‘틈새시장’인 정형외과를 파고들었다. 경쟁업체들이 이미 산부인과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음파 장비 수요가 막 커지는 정형외과에 공을 들였다. 지금까지 1000여대를 국내에서 판매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10%를 돌파했다.
품질보증 기간 5년이란 ‘파격적’ 조건도 판매 확대에 기여했다. 알피니언은 최근 초음파로 암을 치료하는 초음파 치료기를 내놨다. 초음파를 한 점으로 모아 악성 종양을 태우는 의료기기다. 자궁근종 치료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았다. 임상연구를 통해 적용 범위를 복부 쪽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미현/안재광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