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의 명동으로 불리는 그라프톤 거리.
더블린의 명동으로 불리는 그라프톤 거리.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U2, 기네스, 펍, 트리니티대학, 그리고 더블린. ‘아일랜드’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들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영화 ‘원스(Once)’다.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개봉관을 늘려간 이 영화는 가난하지만 깊은 감성으로 길 위의 음악을 그렸다. ‘원스’ 속 아일랜드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더블린의 좁은 골목길을 누벼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 면적의 5분의 1도 안 되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은 걷기 좋은 도시다.

‘원스’의 흔적 따라 걷기

영화 ‘원스’엔 더블린의 버스커(거리의 악사)와 체코 출신의 가난한 여인이 거리에서 만나 음악으로 교감을 나누는 과정이 담겼다. 아일랜드 출신의 존 카니 감독은 흐르는 음악과 어울리는 더블린 거리의 풍경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영화는 ‘더블린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그라프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남자주인공(글렌 한사드)의 기타 케이스를 부랑자가 훔쳐 달아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더블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리피강 남쪽에 있는 그라프톤 거리는 헨리 거리와 함께 더블린의 최대 쇼핑가로 꼽힌다.

부랑자와의 추격전이 끝나는 성스테판그린 공원은 그라프톤 거리 끝에 있다. 1600년대 가축을 방목하던 늪지를 1877년 공원으로 변신시켰다. 개선문처럼 생긴 정문을 지나면 넓은 호수와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어 산책하기 좋다.

아일랜드 록밴드 신 리지의 보컬리스트 필 라이넛의 동상.
아일랜드 록밴드 신 리지의 보컬리스트 필 라이넛의 동상.
다시 그라프톤 거리로 나와 공원 반대편 끝에 있는 트리니티대학 방향으로 걷다 보면 웨스트버리호텔이 있는 왼쪽 거리에서 영화 속 한 장면을 또 만난다. 음반을 준비하던 주인공은 호텔을 등지고 있는 한 인물의 동상 앞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섭외한다.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아일랜드 록밴드 신 리지(Thin Lizzy)의 보컬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였던 필 라이넛의 동상이다.

동상 뒤편 웨스트버리호텔의 후문으로 나가 두 블록만 걸으면 여자 주인공(마르게타 이글로바)이 애완견처럼 청소기를 끌고 다니던 시장을 볼 수 있다. 조지 거리 아케이드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지만 실제로는 먹거리보다는 오래된 책방과 음반가게, 액세서리나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길 건너편엔 남자가 기타를, 여자가 피아노를 치며 ‘폴링 슬로리(Falling Slowly)’를 함께 부른 악기점이 있다. 영화를 보고 찾아온 관광객이 너무 많아 주인이 반기진 않으니 구매 의사가 없다면 내부 사진을 찍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조지 거리를 걷다보면 템플바로도 이어진다. 음악을 즐기고 축구경기를 응원하는 바와 카페들이 몰려 있는 거리다. 어떤 곳에 들어가도 기네스 맥주의 짙은 맛과 풍부한 거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멋과 맛, 다채로운 즐길거리

영화 ‘원스’의 흔적 찾기 외에도 더블린엔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트리니티대학 내 ‘켈스의 서(Book of Kells)’ 관람도 더블린 관광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9세기 초 수도승들이 성경의 4대 복음서 내용을

라틴어로 번역하고 예술적인 삽화를 담았다.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불린다.

수륙양용차인 바이킹 투어버스를 타면 리피강 인근뿐 아니라 더블린성과 더블린 시청 등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이 버스가 더블린을 누비는 이유는 바이킹 정착지 중 한 곳이 더블린이기 때문이다. 바이킹은 852년 더블린 만에 상륙해 요새를 쌓았다. 바이킹 침략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인기 관광 상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템플바 방문으로도 맥주가 부족했다면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에서 맥주향을 따라 가보자. 기네스를 제조하는 공장 옆 창고를 헐어 만든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에서는 기네스 생산 과정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투어를 마치고 7층 전망대에서 무료로 맛볼 수 있는 부드러운 거품의 기네스 한 잔은 덤이다.

더블린 가는 법
한국~더블린 직항은 없어…핀란드 헬싱키 경유가 가장 빨라


한국에서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가는 직항은 없다.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더블린으로 가는 방법이 있지만 가장 빠른 것은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가는 길이다.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는 오는 10월24일까지 더블린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오전 10시20분 인천에서 출발해 오후 1시55분(현지시간)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한다. 헬싱키에서 더블린으로 떠나는 항공편은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4시15분에 있다. 환승 절차를 거쳐 비행기를 갈아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20여분. 헬싱키에서 더블린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더블린에서 헬싱키로 오는 항공편은 월, 수, 금, 일요일 오전 9시50분에 있다. 오후 2시50분 헬싱키에 도착해 오후 5시30분에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로 갈아탄다.

페트리 부오리 핀에어 부사장은 “중국 충칭, 베트남 하노이 등에 신규 취항하며 아시아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며 “2020년엔 아시아 노선을 주 140회로 두 배가량 증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블린=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