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또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남산도 뚫렸다
소나무숲의 상징인 서울 남산에서 17일 소나무재선충병이 발견돼 서울시가 긴급 방제에 나섰다. 2만8000그루의 소나무가 분포한 남산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고사(枯死)가 진행 중이거나 의심되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국립산림과학원에 검사 의뢰한 결과 남산 소나무 1주에서 재선충병 감염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가 발견된 곳은 한남동 남산예술원웨딩홀 인근 숲이다. 재선충병이 서울에서 발생하기는 2007년 노원구(소나무 1주)와 지난해 성북구(잣나무 10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시는 산림청과 함께 긴급방제대책회의를 열고 105명을 투입, 용산구지역에서 긴급 방제를 실시했다.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피해지역 반경 3m를 정밀 점검하고, 반경 2m를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소나무와 잣나무 등 소나무류의 이동을 금지했다.

‘소나무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은 걸리기만 하면 100% 말라 죽는다.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하면 수분과 양분 이동 통로를 막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치유 방법은 없다.

2010년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전국적으로 20여만그루였으나 최근 몇 년간 가뭄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5년 새 7배 이상 늘어났다. 산림청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1개월 동안 재선충병에 걸려 죽은 나무가 158만그루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까지 전국 226개 시·군·구 중 41%에 달하는 93곳에서 발생했다.

시는 긴급 방제를 실시한 결과 다른 소나무로 재선충병이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가 대개 5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재선충병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감염된 소나무를 모두 잘라내는 것이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죽은 소나무에서 번식하기 때문이다.

최현실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남산의 다른 소나무를 잘라낼 계획은 아직 없다”며 “피해 발생지 주변에 매개충 살충을 위한 약제방제를 실시하고 모니터링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재선충병의 확산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