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몇몇 법령에 대해 관계 부처에 개정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한다. 건축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건축사무소만 설계를 할 수 있게 한 건축법, 도매시장법인 수를 부당하게 제한한 농수산물 유통가격안정법,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에 내국인 사용을 금지한 관광진흥법 등이 대상이다. 이들 법령의 공통점은 합당한 이유 없이 특정 사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는 특정인에게 독과점적 이익을 몰아주는 반면 거래 상대방에게는 부당하게 비싼 요금이나 이용료를 부담케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없애는 게 마땅하다.

특히 건축사와 같은 전문 자격사를 둘러싼 각종 진입규제는 무엇보다 심각하다. 의사와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을 비롯해 변호사법, 회계사법, 세무사법 등은 모두 해당 자격증 소지자만 관련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변호사는 변호사만, 회계사는 회계사만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법인의 대표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전문자격증 소지자가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것은 전혀 별개다. 그런데도 이런 진입장벽을 높게 쳐놓은 것은 직역이기주의가 낳은 명백한 경쟁제한이다.

정부가 과거 수차례 서비스산업 선진화 내지는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이런 진입장벽을 없애려 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그때마다 관련 이해집단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심지어 일부 정부부처와 국회의원들이 특정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래서인지 공정위도 전문자격사 관련 규제완화 권고에는 매우 조심스런 모습이다.

이익집단의 ‘밥그릇 지키기’를 언제까지 묵인할 수는 없다. 이제는 낡은 철밥통을 개혁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게 결과적으로 내수도 살리고 일자리도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