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횡포가 끝이 없다. 어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4조1000억원 감액안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쟁점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놔두고 민주당이 요구해 온 감액안만 반영해 강행한 것이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것은 예산안이 예결특위에서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을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附議)하도록 하는 ‘국회선진화법’ 규정 때문이다. 민주당의 증액안이 수용되지 못하더라도 정부 주요 국정과제를 못 하게 훼방 놓겠다는 몽니다. 물론 예결특위에서 감액안이 처리됐다고 하더라도 실제 본회의에서까지 이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예산안을 상정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지역 민원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야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감액안만 처리한 것은 자신들의 증·감액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속셈임을 모르지 않는다. 예산안 합의 정신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폭주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부터 검·경·감사원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해 이재명 대표 수사와 전 정부 감사에 대한 보복성이란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실과 방송통신위원회 예산, 정부 예비비도 대폭 칼질했고, 이는 예결특위에서 일방 처리한 감액 부분에 대부분 반영됐다. 반면 상임위에서 지역화폐를 비롯한 ‘이재명표 예산’과 자신들의 관심 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했는데, 이게 관철이 안 되니 ‘단독 처리’라는 ‘겁박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정부 예산을 민주당 사금고(私金庫)처럼 여기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 선고 후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권력기관 길들이기용, 포퓰리즘 예산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여당과 예산안 합의 처리 정신을 존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