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러지는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에 근 20만명이 응시한다. 총 3700명 선발에 19만987명이 원서를 냈으니 평균 52 대 1의 경쟁률이다. 교육행정직은 무려 734 대 1이다. 몇년째 계속되는 현상이다. 소수 정원인 5급을 뽑는 행정고시도 아니고 공무원의 최하위 직급에까지 공시족(公試族)이 이렇게 몰리는 이상 과열을 어떻게 봐야 하나.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졸 실업자는 공식통계로도 지난달 50만1000명에 달했다. 20대 대졸 공식실업률도 9.5%로, 10%에 육박한다. 그러나 다락 같은 경쟁률을 만들어낸 까닭이 이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공무원연금 개편을 필두로 공공개혁이 추진 중이다. 공무원시험 이상과열 뒤에는 구조적인 적폐가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젊은 세대가 도전보다는 안온한 생활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도 근절이 요원한 관존민비(官尊民卑),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서열이다. 직급이나 당장의 급여는 문제도 아니다. 어떻게든 정규직으로 공직에 들어서기만 하면 바로 갑(甲)의 존재요, 이모저모 기업 쪽보다 못할 게 없다는 계산이 청년세대에도 보편화된 것이다. 공직은 그렇게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기술과 실용, 생산과 혁신, 시장의 가치는 뒤로 밀리고 계급과 권력, 지도와 감독이 사회를 좌우하는 키워드가 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마이스터고 등 기술학교는 그새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서울 노량진 등 학원가에는 공시족으로 언제나 인산인해다. 인적자원 배분의 손실도 크다. 결코 철폐되지 않는 행정규제와 공무원의 작은 권력들이야말로 청년들을 공시족으로 유인한다. 9급직에 몰려든 수십 대 1의 경쟁률이야말로 ‘작은 정부’의 당위성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