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취업제한에서 풀려난 장관급 고위 경제관료들이 속속 민간기업에 자리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관피아’나 전관예우 논란 등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기관장이나 대기업 CEO보다 로펌 고문이나 사외이사 등을 많이 맡는다고 한다. 물론 고위공직자들의 다양한 취업처를 모두 백안시할 이유는 없다. 공직사회에서 쌓은 경륜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맡는 임무가 결국 대관(對官)업무요 로비 활동이라면 문제가 있다. 공직에서 구축한 인맥과 정보를 활용해 사건을 수임하거나 옛 근무처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비스트로서의 역할이라면 실망이다. 특히 규제기관의 수장이 자신의 관할 아래에 있던 기업으로 전직하는 경우 이런 활동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경제학자 게리 베커가 말하는 소위 ‘특수한 인적자본(specific human capital)’ 관계가 판을 치면서 부패 구조가 더욱 심해지는 사회다.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공직사회의 결속이 강해 로비활동이 아주 수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 기업체나 로펌들이 퇴직 고위 관료를 고용하는 건 바로 이런 로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규제 권한이 많은 경제부처의 퇴직 관료들은 더욱 로비 활동에 동원된다. 의원 입법이 폭주하고 법 집행이 왜곡되는 것은 이런 로비 생태계의 결과다. 전관예우가 다시 살아나면서 부패 구조의 사슬이 만들어지고 또 소비되는 것이다.

퇴직 후 일반인의 생활과 별 차이가 없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의 전직 관료들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의 직업으로 돌아가거나 사회 봉사에 심취하는 전직 장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농촌으로 돌아가 농민으로서의 삶을 사는 장관도 적지 않다. 전직 공직자가 그저 국회에 줄대기 바쁘고 후배 관료들을 찾아다니기 바쁜 ‘로비형 인적 자본’으로만 쓰인다면 한국 사회의 부패 고리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